위대한 평민 글래드스턴

2025-05-21

영국 헌정사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글래드스턴(William Gladstone·1809~1898·사진)이 있다. 리버풀 거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정계에 진출하여 24세 때 국회의원에 당선됨으로써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89세의 천수를 누리며 성장기의 23년과 만년의 3년 그리고 중도의 1년 반을 제외하고서는 62년 동안 국회의원을 지냈다.

글래드스턴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33년 만인 1868년, 그가 59세 되던 해에 수상의 지위에 올라 1880년과 1886년, 1892년 네 차례에 걸쳐 17년 동안 수상을 지냈다. 그의 정치 노선은 서민에게 더 많은 자유와 복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건강했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을 바탕으로 곤궁할 일이 없었고, 출중한 용기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집안일로 남의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만으로써 그가 위대한 정치가가 된 것은 아니다. 그가 후세에 존경받는 것은 황혼을 훌륭하게 장식했기 때문이다.

글래드스턴은 85세 되던 해에 상원이 자신의 군사비 증액 법안을 거부하자 수상직을 사퇴했다. 수상에서 물러난 정치인에게는 귀족원(상원)의 전통에 따라 백작의 칭호가 내려졌으나 그는 이를 거절했다. 비록 수상을 지냈다고는 하나 영원히 평민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 그의 뜻이었다.

이런 탓에 그는 영국 헌정사에서 유일하게 작위가 없는 수상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백작의 칭호보다 더 값진 ‘위대한 평민(The Great Commoner)’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정치인의 중요 소망은 호강과 거들먹거림이지만 역사에는 가끔 철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도 있다.

퇴임하며 스스로 국장(國章) 받고, 퇴임 2년 전부터는 아예 성채 같은 집터 잡느라고 여념이 없는 우리네 졸부(拙夫)들과는 많이 다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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