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생기업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생성식 인공지능(AI) 모델이 세계 AI 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창업자 량원펑(梁文鋒·40)은 중국 내에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량원펑은 1985년 광둥성 잔장(湛江)시에서 태어난 중국 국내파 AI 전문가다. 수학 천재로 불린 그는 2002년 대입고사 수석으로 저장대 전자정보공학 전공에 합격했다. 그의 한 고교 동창은 “완전한 자수성가형”이라며 “옷차림과 처세가 매우 겸손하고 순박하며 선량한 기부 천사”라고 소개했다.
해외 유학이나 글로벌 업체 근무 경험이 없는 그는 대학 시절 금융에 흥미를 갖고 투자사를 창업했다. 2013년 저장대 동문인 쉬진(徐進)과 항저우에서 야코비투자관리 유한회사를 창업했고, 2년 뒤에는 하이플라이어(High-Flyer, 중국명 환팡(幻方))를 만들어 수학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퀀트 투자에 나섰다. 2021년 최대 1000억 위안(약 20조원)까지 자산을 불렸다.
사생활에 대해선 알려진 게 많지 않지만 지인들은 그를 “최고경영자(CEO)보단 괴짜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공개 석상에 나오는 걸 즐겨하지 않지만 지난 20일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창 총리 주재 기업인 회의에서 유일하게 AI 업체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량의 독특한 인재관이 딥시크 성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시크는 중국 스타트업이 바이두·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대기업 출신을 스카우트해 체면을 유지하는 관행을 거부했다. 대기업 출신은 흔히 자기 팀과 함께 이직을 요구하며 ‘패거리 문화’까지 옮긴다는 이유에서다. 딥시크 구인공고에는 학력·이력 기준이 없다. 엔지니어링 능력과 열정만 본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40)과 동갑이자 업무 스타일도 비슷한 량은 자신이 직접 개발팀과 함께 코딩하고 AI 대형모델의 난제를 해결한다. 최근에는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雷軍)이 딥시크의 95년생 여성 개발자 뤄푸리(羅福莉)를 20억원대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IT 매체인 안융(暗涌)과의 인터뷰도 화제가 됐다. 그는 “중국의 AI와 미국 사이에 1~2년 격차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갭(gap)은 독창성과 모방의 차이”라며 “이를 바꾸지 못하면 중국은 영원히 추종자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리더십은 한 회사의 노력만이 아닌 전체 서구 기술 커뮤니티와 업계가 공동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중국의 AI 발전에도 이러한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