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말 제약·의료기기 업계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가 대중에게 첫 공개된다. 3000개 이상 기업이 의료인에게 제공한 견본품, 약값 할인 등 경제적 이익이 모두에게 공개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달 중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는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가 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에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및 구매 전 성능 확인을 위한 사용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등 약사법상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을 작성한 문서다.
복지부는 그동안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를 기록·보관토록 했다. 하지만 2021년 약사법,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2023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작성된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가 이번에 처음 대중에 공개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7월까지 제출 후 데이터 검증을 거쳐 12월 중 공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자료가 방대하다 보니 검토는 물론 시스템 구축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현재 자료 검수와 시스템 구축은 완료했고, 최종 안정성을 검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공개로 제약·의료기기 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투명한 영업·마케팅을 위한 자정작용을 기대한다. 의료인에 제공한 경제적 이익을 10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전반적인 이익 제공 규모를 파악하는 동시에 투명한 집행을 유도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고, 관련 데이터를 정책 입안에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준혁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리베이트 적발 건에 대해 사후 처리가 이뤄졌는데, 지출보고서가 공개되면 업계의 자발적 자정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에 공개하는 경제적 이익 창출은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이뤄진 것이므로, 업계도 지출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규정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의료기기 업계는 첫 지출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여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공개 대상 기업은 3000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출보고서에 명시한 경제적 이익 제공 비용이 모두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대중이 기업-의료인간 리베이트 등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의료인에 많은 비용을 투입한 기업의 경우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영업활동 위축까지 걱정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별 상세한 경제적 이익 지출 규모가 나오는 만큼 기업과 의료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정보 공개로 투명한 유통관계 형성도 필요하지만, 정부가 합법적인 행위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