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수소전기차 시장이 5만 대 규모로 확대된다. 빠르게 늘고 있는 수소전기차 보급에 발맞춰 도심 충전소·수소 공급망 구축 등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국내 수소전기차는 3만 9216대로 4만 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승용 수소전기차 신모델 출시와 1만 3000대 분의 정부 구매보조금이 확정된 점을 고려하면 연내 5만 대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소전기차는 2018년 승용 수소전기차인 ‘넥쏘’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넥쏘 출시 2년 만인 2020년에 누적 보급대수 1만 대를 넘어섰고 이후 2만대 돌파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23년에는 3만 대에 도달하는 등 수소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수소충전소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달 말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는 총 218곳에 그친다. 지역별로는 경기(38곳), 경남(23곳), 충북(22곳) 등 순으로 많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과 서울시 서소문청사 등 9곳에서 충전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가 5만 대를 넘어 대중화 초입 단계까지 진입하려면 도심 충전소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충전사업자의 도심 내 부지 확보와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수소산업 전문가는 “전국 관공서와 정부기관, 공기업 등에 최우선적으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면 도심 충전소 개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며 “도심 내 충전소가 확대되면 수소전기차 고객들의 편의가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이용자 증가로 충전사업자들의 재무 상태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공급망 관리도 수소전기차 5만 대 시대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수소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려면 수소 생산·수입부터 수송·유통에 이르는 수소 공급망의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기·도시가스와 마찬가지로 국가 차원의 수소 에너지 통합 관리가 요구된다.
현재 국내에 수소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목적으로 공급망 전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기관은 전무하다. 가스와 전력의 경우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이 요금 조정·수입선 다변화 등 시장 개입으로 국내 공급 가격을 안정화하고 있다. 반면 수소에너지의 공급과 유통 과정에는 민간 비중이 높고 정책 개입 수단이 제한적이다. 국내외 수급환경에 따라 수소 공급은 불안정해지고 수소 가격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수소를 중요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지정하고 수소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국가차원의 전담 기관을 두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에서 수소 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며 2017년 세계 최초로 수소기본전략을 수립한 후 현재까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DOE)에서 수소를 관련 정책 수립 및 연구개발, 민관 협력사업 등을 담당한다. 중국은 국가에너지국에서 수소를 포함한 신에너지 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대중화 단계에 돌입하려면 구매 보조금은 물론 충전인프라와 수소가격 등 이용자의 총보유 비용 관점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수소 밸류체인 전과정에 걸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소의 공급 및 가격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고 수소와 수소전기차 수요 확대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수소에너지 전담 기관 신설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