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의 계정공유] 주지훈·추영우가 선보이는 메디컬 활극 '중증외상센터'

2025-01-27

[비즈한국] 기나긴 설 연휴,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을 때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긴 하지만, 더 이상 함께 생활하지 않는 성인들이 모인 만큼 가족이라 해도 공통으로 즐길 만한 대화나 즐길거리가 부족할 순 있다. 심지어 이번 연휴엔 시국이 시국인지라, 누군가 민감한 정치 이슈라도 들고 나오면 자칫 언성이 높아지거나 차갑고 불쾌한 침묵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온가족이 함께 무난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콘텐츠를 원한다면 1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는 어떨까. 의학드라마지만 판타지 활극에 가까워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신의 손’이라 불리는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한국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합류하며 최고의 중증외상센터로 거급나는 과정을 그린다. 의사 출신 웹소설 작가 ‘한산이가’의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를 원작으로 하는데, 동명의 웹툰으로도 만들어져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2012년작 MBC 드라마 ‘골든타임’처럼 한국 중증외상계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완전히 다른 결의 드라마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거침이 없다. 첫 장면부터 이 드라마의 결을 짐작할 수 있는데, 포탄이 떨어지는 외국의 전장터에서 오토바이로 가로지르며 목숨 걸고 항생제가 필요한 병원으로 향하는 백강혁의 모습을 보라. 의사인데 거의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특수요원 뺨친다.

이어 백강혁은 보건복지부 장관 강명희(김선영)에 의해 한국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합류하고, 거기서 당직을 보던 항문학과 펠로우 양재원(추영우), 중증외상팀 5년차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하영), 마취통증의학과 레지던트 박경원(정재광) 등과 호흡을 맞추며 ‘중증외상 드림팀’을 결성해 나아간다. 악화된 기상 상황에서 구급헬기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리고,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절체절명의 환자의 머리에 구멍을 뚫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거침없이 질주하는 백강혁의 모습은 시원시원하기 짝이 없다.

이 드라마가 ‘메디컬 활극’의 요소를 띄는 건 전적으로 백강혁이란 캐릭터 덕분이다. 게다가 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자기를 꽂아준 장관이든, 병원 내 권력인 병원장이나 기조실장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냅다 지르는 게,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답답할 정도로 고고하게 이상과 원칙을 추종하는 의사도 아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외상 전문의답게, 때로는 권력자와 언론 등을 능글맞게 구워삶거나 맞춤형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매료될 요소가 차고 넘치는 것.

인물 간 관계성도 재미나다. 사제 관계 케미를 형성하는 백강혁-양재원은 물론, 때론 투닥투닥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백강혁-천장미 호흡도 유쾌하고, 백강혁의 인정을 두고 묘하게 서로를 신경 쓰는 양재원-박경원 콤비도 재미나다. 무엇보다 빌런의 무리였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엮이는 항문외과 과장 한유림(윤경호)과 백강혁의 톰과 제리 같은 브로맨스(?) 케미가 돋보인다. ‘중증외상센터’의 코미디 타율은 제법 높은 편인데, 그중 상당 부분에 백강혁-한유림 콤비가 존재하거든. 이외에 강명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병원장 최조은(김의성), 기조실장 홍재훈(김원해) 등 조연들도 쏠쏠한 역할을 다한다.

맞춤형 캐릭터를 입은 배우들의 열연도 빛난다. 2024년 ‘지배종’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조명가게’ 등 세 편의 드라마를 선보이며 소처럼 일한 주지훈과 ‘옥씨부인전’으로 이 시대의 순정남으로 등극한 추영우라는 대세 배우의 조합이 성공적이다. 화끈한 간호사 천장미로 분한 하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문신 있는 신부로 출연했을 때부터 눈길을 끌더니 이번에 제대로 매력적인 역할을 소화했다. 한유림 역의 윤경호는 말해 무엇하랴. 빌런 아저씨였다가 백강혁에게 속수무책 빠져드는 그는 무척이나 귀엽다.

만화적 쾌감을 선사하는 메디컬 활극이지만 한국 의료계와 극악한 중증외상계 현실을 꼬집는 장면도 다수 등장한다. 예산 부족과 인력난은 물론, 사람을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중증외상의 현실은 제법 뼈아프게 담았다. 병원장과 교수들이 모인 회의에서 병원 내 흑자 수익 순위로 1등 장례식장, 2등 주차장을 거론하며 적자 1등인 중증외상팀에게 비난하는 모습이나 헬기 뜰 때마다 돈이 얼마나 깨지는 줄 아냐며 중증외상환자가 병원으로 오지 않길 바라는 병원진의 모습은 현실이 오버랩되며 곱씹게 된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살릴 수 있는 환자도 죽어가는 현실의 참담함을 시원하게 고발하는 셈이다.

‘중증외상센터’는 회차당 50분 남짓한 8부작이라 7시간가량 할애하면 연휴 기간 동안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어줍잖은 로맨스 따윈 없이 거침없이 내달리니, 온가족이 마음 편히 감상하시길.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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