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곳이 넘는 국내 상장사들이 이달 26일 동시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상장사들이 주총 집중 예상일만 피해 개최일을 잡으면서 올해도 주총 분산 개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유가증권(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 상장법인 1543개사가 이달 넷째 주(24~28일)에 주총을 열겠다고 공시했다. 이 중 개최 집중도가 가장 큰 날은 26일로 635개사가 동시에 주총을 개최한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에코프로, 카카오뱅크(323410), 네이버(NAVER(035420)), 대한항공(003490), SK텔레콤(017670) 등 소액주주 수가 많은 코스피 상장사들이 줄줄이 주총을 연다.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면 주주는 동시에 여러 주총 참석이 어려워 권리 행사가 제한된다.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주총일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고 이 때문에 정부도 2018년 주총 자율 분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주총 쏠림이 예상되는 날을 지정한 뒤 해당일에 주총이 열리면 기업이 사유를 의무 신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이 집중 예상일을 피해 주총을 잡으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올 집중 예상일은 이달 21일·27일·28일로 이날 주총 예정 기업은 각각 109개사·164개사·358개사다. 반면 26일에 가장 많은 기업이 주총을 여는 것으로 집계된 데 더해 25일(250개사), 31일(284개사)에도 주총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사업보고서 공시를 주총 일주일 전까지 마치려면 3월 말에 주총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