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공개(IPO)로 가닥을 잡고 주관사 선정까지 마친 LS그룹의 미국 권선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가 미국 나스닥 상장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나섰다. LS그룹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뛰어난 해외 업체의 국내 상장을 바라던 한국거래소의 기조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커지면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식스솔루션즈는 코스피 상장을 1안으로 두되, 중복상장 논란이 확대될 경우 언제든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투 트랙’ 전략을 쓰기로 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북미 1위 전기차용 권선 업체로 테슬라 등이 주요 고객이다. 권선은 변압기나 모터 등 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선을 말한다.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용 권선은 전기차 구동모터 등에 코일 형태로 감겨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시킨다.
업계에서는 LS그룹이 지난 7일 에식스솔루션즈의 IPO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할 당시만 해도 코스피 상장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이해했다. LS그룹은 주관사 선정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상장 전 투자 유치(Pre-IPO) 작업을 해왔는데, 이때만 해도 코스피와 나스닥 상장을 두고 저울질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LS그룹 자회사지만 북미 전기차 권선 1위 업체를 국내 시장으로 유치하고 싶은 한국거래소 측의 러브콜이 꾸준히 이어진 게 코스피 상장을 결정지은 큰 요인 중 하나”라며 “LS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에 상장할 경우 에식스솔루션즈가 소규모 상장으로 평가돼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할 것이 우려되면서 LS와 한국거래소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S그룹의 중복상장(모기업과 자회사 동시 상장) 논란을 두고 비판적 여론이 커지며 나스닥 상장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열린 2차전지 행사에서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한 것이 알려지며 LS그룹사 주가는 6일 일제히 급락한 후 현재까지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기조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점도 LS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차기 정부 성격에 따라 LS그룹 계열사의 연이은 상장에 딴지를 걸 수 있다. 현재 LS그룹이 상장을 추진 중인 계열사는 에식스솔루션즈(코스피), KOC전기(코스닥) 등이 있다.
KOC전기도 최근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선정하며 상장 속도를 내고 있다. KOC전기는 LS일렉트릭(LS ELECTRIC) 자회사로 변압기 제조기업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5월 LB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KOC전기 지분 51%를 592억원에 인수했다. 이 외에도 LS이링크(상장 재도전), LS엠앤엠, LS이브이코리아도 상장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상장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모회사가 상장돼있는데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면 모회사 가치가 하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 사례다. SK그룹 역시 SK엔무브 또는 SK온 상장시 같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