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기는 나이에 따라 아직 다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왕성하기도 하며, 쇠약해지기도 하는 등 달라지지만, 수양을 통해 기르고 다진 지기(志氣)는 쉬이 달라지지 않는다. 공자는 지기가 아닌 혈기로 사는 것을 경계하여 “혈기가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젊은 시절에는 문란한 성적 충동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혈기가 충만한 장년에는 다른 사람과의 다툼을 경계하며, 혈기가 쇠약해진 노년에는 무리하게 얻고자 하는 욕심을 삼가라”라고 했다.

혈기로 사는 삶은 소모적인 삶이다. 혈기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주어진 선천적인 에너지이다. 이런 에너지를 아껴 비축하지 않고, 소모만 하면 금세 바닥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사람은 결코 장수할 수 없다. 그래서 문란한 충동, 발끈하는 다툼, 놓을 줄 모르는 욕심으로 사는 사람은 대개 단명하다.
혈기를 조절하는 지기(志氣)를 길어야 한다. 지기(志氣)란 자기 의지로 절제하면서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오히려 평온한 기운을 말한다. ‘정자 수야(靜者 壽也, 靜=고요할 정)’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고요한 자는 장수한다”는 뜻이다. 설레발 치는 것을 열정으로 여기지 않고, 욕심내는 것을 투지로 착각하지 않으면 평온한 장수를 누리게 되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