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4월 13일에 이란은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 수백 대의 공격용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복합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 “이란이 발사한 여러 유형의 발사체 300여기 중 99%를 요격했다”며 “이란의 공격은 저지됐고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이 발사한 150여 기의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 대부분은 요격됐고 170여 대의 공격용 무인기도 모두 이스라엘 영공 바깥에서 제거됐다. 군사적으로 보면 이스라엘의 방어는 성공적이고 이란의 기습 공격은 완벽하게 실패한 셈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규모 복합 공습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란의 공격에도 이스라엘이 성공적 방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독자적인 ‘조기경보 레이더’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그린파인(Greenpine) 대형 위상배열레이더’는 이스라엘 방산업체 IAI사의 계열사인 엘타(ELTA)사가 개발·제작한 시스템으로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방공의 핵심이다. 이 조기경보레 레이더는 한국 공군도 4기(블록-B 2기·블록-C 2기)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여기에 이란의 크루즈미사일과 장거리 공격무인기 추적을 맡았던 이스라엘 공군의 조기경보 시스템 ‘Eitam’, 즉 IAI의 EL/W-2085 시스템이 통합된 ‘G550’ 조기경보통제기(CAEW)가 동시에 운용되면 이스라엘 영공을 방어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G550 조기경보통제기(CAEW)는 L 밴드 AESA 레이더 2기와 S 밴드 AESA 레이더 2기를 통합해 운용하는 시스템이다. 현존 조기경보통제기 솔루션 가운데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4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시스템은 CAEW가 유일하다.
4기의 AESA 레이더를 동시에 가동해 360도 전 공간에 걸쳐 동시에 다목표 추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AESA 레이더 중에서도 출력 밀도가 가장 큰 시스템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작은 크루즈 미사일 등의 추적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번처럼 이란의 대량·복합적인 크루즈미사일과 공격무인기를 동시에 투입하는 대규모 항공 공격 대응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그린파인’ 레이더가 탐지하고, 크루즈미사일과 공격무인기는 CAEW가 추적해 방어함으로써 330여 기에 달하는 이란의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무력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2022년 10월 우리 군은 부산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탐지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력화를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북한 지역에서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된 ‘SPY-1 레이더’ 등과 함께 가장 먼저 정확하게 탐지하는 임무를 맡는다. 탐지거리는 900여㎞에 이른다.
지상에 설치하는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그린파인은 이전에는 충청권(충남·충북)에만 2기가 배치 및 운영됐다. 그러나 충청권에 배치된 기존 레이더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중부 이남을 겨냥하거나 특히 후방지역 해상에 잠입한 북한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는 경우 탐지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그린파인 레이더는 필요하면 전개 방향을 조정할 수는 있으나 해체와 재조립에 준하는 수준의 작업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작전 운용에 제약이 발생해 충청권 그린파인 레이더로 남부 해상까지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부산에 배치된 그린파인 레이더가 운영에 들어감에 따라 남부 해상 등에 대한 감시가 한층 강화됐다. 2024년 상반기 전남권 지역에 그린파인 레이더 배치를 완료해 북한 탄도미사일 감시망은 더욱 조밀해졌다.
우리 공군이 추가로 도입한 EL/M-2080S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는 EL/M-2080 그린파인 대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블록-B’형의 개량형 ‘블록-C’ 형이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탄도탄을 조기에 탐지·추적하기 위한 L밴드(1GHz ~ 2GHz) 능동위상배열레이더로 탄도탄 위협을 조기에 경보하고 아군 대탄도탄 교전 체계의 화력통제레이더 등을 지향시켜야 하는 구역을 지정한다. 또 적 공격이 시작된 탄도탄 발사 원점을 역추적할 수 있다.
슈퍼 그린파인 레이더는 기존 그린파인 레이더보다 기존 탐지거리보다 늘어났다. 대전자전(ECCM)성능, 동시 추적 표적 숫자, 안테나 이득, 추적 정밀도, 탄착점과 발사원점 산출 정확도 등도 대폭 향상됐다. 게다가 지대공 미사일 ‘애로우’(Arrow)와 연동 운용하는 시스템으로 표적을 추적하면서 생성하는 트랙의 정확도와 신뢰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기존 그린파인 레이더와 레이더 안테나의 사이즈는 동일하지만 더욱 많은 수의 L밴드 송신·수신 소자들이 배열돼 더욱 많은 송수신 소자를 제어하고 신호를 처리하는 덕분에 기존 그린파인 레이더보다 향상된 신호 처리 및 데이터 처리, 수신감도, 대전자전(ECCM)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할 때 동북아시아 각국의 주요 탄도미사일 탐지 체계 중 가장 먼저 탐지해 추적하는 체계가 됐다. 탄도탄 탐지체계 중 가장 긴 파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리층 감쇄가 적어 탄도탄을 추적할 수 있는 고도가 가장 높다는 강점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