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시장은 약 1600억 규모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시 시장 점유율 하락 예상
페인트 업계 "시장질서 교란 행위"...갈등 골 깊어져
[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 노루페인트가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에 '유성' 제품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신뢰도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재검 등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동종 업계와 자발적으로 맺은 협약을 위반했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가 유성 페인트 사용 문제로 제품 회수 및 판매 중단에 나설 경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노루페인트 편법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페인트 시장은 상위 기업 위주의 과점적 시장 구조다.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시장은 약 1600억원 규모로 현재 KCC와 노루페인트가 점유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날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제조사인 KCC·삼화페인트공업·강남제비스코·조광페인트·엑솔타코팅스템즈·PPG코리아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노루페인트의 '워터칼라플러스' 제품을 전량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노루페인트가 2022년 환경부와 체결했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워터칼라플러스'는 지난해 3월 노루페인트가 출시한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차량 보수 시 마지막에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다. 출시 당시 노루페인트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수용성 페인트라고 홍보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2년 8월 수성 페인트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유성 페인트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노루페인트를 포함한 9개 페인트 제조사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여름철 오존 발생의 원인이 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함유한 자동차 보수용 유성 도료를 VOCs 함유량이 낮은 수성 도료로 전환해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협약에 참여한 기업 중 협약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환경부는 협약 내용 미준수 업체, 내용 등을 최종 확인하고, 이외 업체는 공동명의로 언론을 통해 협약 위반 사실을 공개하고, 협약 내용을 위반한 업체는 관련 제품을 전량 회수 조치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 16일 환경부는 "노루페인트의 '워터칼라플러스' 페인트 실험 결과, 현장에서 유성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노루페인트에서 판매 대리점에 유성 수지를 대량으로 공급한 것은 유성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조한 것이며, 이에 즉시 회수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업사 등 현장에서는 수성 페인트보다는 유성 페인트를 선호하고 있다. 유성 페인트는 발암 물질인데다 여름철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서 자동차 보수용으로 제조와 판매가 금지되고 있지만, 수성 페인트에 비해 가격은 절반 가까이 저렴한 데다 잘 마르는 특성상 작업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업황이 어려워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페인트 업계는 수출 감소와 전방 산업인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노루페인트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노루페인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1935억원, 영업이익은 11.2% 감소한 13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 경기 부진에다가 환율 및 주요 원재료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페인트 업계는 환율과 유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 중 하나다. 페인트는 원유를 정제해 만든 용제, 수지 등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만큼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는 환경부에서 실험했던 동일한 조건으로 페인트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자체 검사를 실시해, 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노루페인트는 색상 편차가 발생한 점에 대해 "내부 검사 결과 색차값은 정상 수치이며 환경부 실험 결과에 오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정상적인 제품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제품 회수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의 워터칼라플러스는 수지+조색제+희석제 사용 시 기준치 이내"라며 "공업용 유성 도료가 자동차 보수용 대리점에 있는 것 자체는 문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도료가 자동차 정비소로 넘어가는 순간 법을 어기게 된다"며 "노루페인트는 자동차 보수용 대리점에서 공업용 도료를 유통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업용 도료 공급을 원하는 대리점에 단계별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노루페인트의 이와 같은 주장에 강한 반발을 내비치고 있다. 편법·불법적인 자동차 보수용 유성 페인트 유통은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법이 정하는 바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페인트 제조업체와 이를 유통하는 판매 대리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의 허점과 어려운 단속 현실을 악용하고 있는 일부 제조 업체와 판매 대리점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노루페인트는 지금까지도 편법을 이용해 자발적 협약을 무시해왔는데, 그에 대한 반성은커녕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환경부와 KCL, KTR, KIDI까지 모조리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모습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yuni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