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조선·전력·건설' 삼각편대 활짝···지배구조 개편 '스케일업'

2025-10-20

HD현대가 조선·전력·건설기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유례 없는 호황 속에서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해 온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최근 회장직에 오르면서 '오너 3세' 젊은 총수가 주도하는 '퀀텀 점프'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HD현대는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잇단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에 나섰다. 정 회장이 조선과 건설기계 부문의 사업 재편을 직접 추진해온 만큼 오너 경영 체제 하에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다가오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전망이다.

'본업' 조선 중심으로 핵심 성장 축 재편

최근 HD현대는 전통적인 캐시카우였던 정유 사업의 부진 속에서도 큰 성장 기회를 맞은 조선 사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든든한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업황이 엇갈리면서 사실상 본격적으로 그룹의 핵심 성장 축이 재편되는 흐름이다.

특히 본업인 조선업 호황은 HD현대에게는 최고의 호재로 평가된다. 2022년부터 시작된 슈퍼사이클 속에서 불황 당시 저가수주 물량을 털어낸 조선 계열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주호황'을 넘어 '실적호황'을 맞게 됐다.

그동안 HD현대의 배당 재원은 주로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 비조선 계열사들로부터 마련돼 왔으나 앞으로는 HD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계열사들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조선·해양 부문의 연간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목표 금액보다 33.7% 높은 180억5000만 달러(약 26조3000억원)로 설정했다. 현재까지 93척, 123억7000만 달러(약 17조7000억원)를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의 68.5%를 달성했다. 올해 글로벌 발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위주의 '선별수주' 전략으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나 HD현대 조선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LNG 터미널 투자 계획이 구체화됨에 따라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거는 기대가 크다.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통합 법인은 오는 12월 출범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국내 조선업 구조 재편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합병이 완료되면 HD현대중공업은 해양, 상선, 방산 등 조선 부문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체제로 거듭날 전망이다.

무엇보다 방산·특수선 분야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비롯해 캐나다와 필리핀 등 주요국 해군력 강화 수요에 대응하여 2035년까지 조선 방산 부문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스가 훈풍을 타고 HD현대의 미국 조선업 협력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미국 조선·방산 기업과 첫 동맹을 맺은 이후 현지 조선소 지분 매입부터 직접 건설 등 다양한 방안을 두루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진출에 적극적인 강력한 오너경영 체제 하에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떤 식으로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HD현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내년 1월 통합 'HD건설기계' 출범···최전방에 선 정기선 회장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또 하나의 변화의 흐름이 예고됐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내년 1월 합병법인 'HD건설기계'로 새롭게 출범한다. 합병 이후 건설기계 부문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HD현대→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HD건설기계'로 간소화된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는 정기선 회장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 대표에 올랐다. '글로벌 톱10'을 목표로 하는 통합 HD건설기계에서도 정 회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동안 두 회사는 HD현대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산하에 있으면서도 굴착기, 휠로더, 미니장비, 유압 시스템 등 전체 제품군의 70~80%가 겹칠 정도로 실질적 중복이 컸다.

하지만 HD현대건설기계는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는 엔진과 유압 시스템 등 중장비 부문에 보다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리해왔다. 실질적 중복에도 불구하고 생산·구매·연구개발·영업 등 주요 기능도 각자 운영돼 왔다.

이번 통합법인 출범 이유는 기존 중복된 사업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데 있다.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두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번 사업 재편은 정 회장의 건설기계 육성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HD현대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작업을 이끌면서 건설기계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건설기계 시장은 최근 2년간 중국 부동산과 글로벌 금리 상승 등으로 부진한 상태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 전환과 함께 미국·유럽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노후 시설 교체 수요, 아시아 신흥국의 도시화 흐름이 맞물려 장기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실제로 시장 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은 2023년 2070억 달러(약 280조원)에서 연 평균 8.4% 성장세로 커져 2030년 3630억 달러(약 490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의 재발견···지역·제품 다각화로 '알짜회사' 급부상

'다크호스' HD현대일렉트릭도 명실공히 HD현대의 든든한 핵심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전력기기 산업은 AI 급성장에 따른 인프라 구축 수요와 북미·유럽 노후 송전망 교체 주기가 맞물리며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달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에서 창사 이래 단일 계약 기준 최대인 '2778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를 대규모 수주했다.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와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총 24대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국내 전력기기업계는 지난달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산 변압기도 고율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돼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데다가 미국 내 생산 기반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 업체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765㎸ 변압기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 생산할 수 있다"며 "이번 수주를 통해 북미 초고압 송전망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추가 수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행진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기기 교체 수요와 AI 인프라 확대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관세 리스크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2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9조1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거의 3년치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강점인 전력기기를 넘어 배전기기 사업까지 확대하고 있다. 송·배전 시장이 모두 커지는 만큼, 시장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려면 포트폴리오 확대 및 마케팅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계산에서다.

역대급 호황에 힘입어 HD현대일렉트릭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울산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 2차 증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상반기 인증 시험을 목표로 420kV 친환경 고압차단기 성능 검증도 진행하고 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유럽에서 초고압 변압기 및 차단기 수주,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 공급 계약 업무협약(MOU) 체결, 미국 765kV 변압기 24대(2천778억원) 수주 등 전력기기 수출국 다각화와 제품 다변화에 성공하고 있다"며 "향후 중동지역에서도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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