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부가세·덤핑 등 글 올려
韓 ‘보호주의적 농산물·기술’ 걸려
트럼프, 모두 문제 삼을 가능성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이 당한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를 언급했으나 한국에 해당하는 내용은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세계의 무역상대국이 미국을 상대로 취한 대표적인 ‘비관세 부정행위’(non-tariff cheating)라며 여덟 가지 유형을 소개했다.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를 통한 사실상의 관세 및 수출 보조금 효과 △원가 이하로 물건을 파는 ‘덤핑’ 행위 △수출 보조금 및 기타 정부 보조금 △보호주의적 농산물 기준 △보호주의적 기술 기준 △연간 1조달러(1418조6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위조, 해적판, 지식재산권 침해 △관세 회피를 위한 제3국 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호주의적 농산물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의 유전자 변형 옥수수 수입 금지 조치를, 보호주의적 기술 기준으로는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를 사례로 들었다.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는 볼링공을 20피트(약 6.1m) 높이에서 떨어트려 자동차 엔진을 덮는 상판인 후드가 찌그러지면 안전 테스트 부적합 판정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부터 미국 제품을 시장에서 제외하려는 각국 행태를 언급할 때 자주 이 표현을 썼다.
이로 미뤄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8가지 행위’ 중 상당수는 한국이 1차 표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외환 당국이 환율 조작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타깃이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일 것으로 추정한다. 부가세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거론해왔으나, 기본적으로 유럽연합(EU)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원가 이하의 덤핑, 수출 보조금, 정부 지원금 등도 한국의 통상 관행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부담을 느낄 부분은 보호주의적 농산물·기술 기준 두 가지다.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구글이 요구해온 1대 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제한을 문제 삼아 왔다. 또 미국 빅 테크(거대 기술기업)가 외면해온 인터넷 망 이용료 지불 요구, 민감 데이터가 많은 국내 공공부문 사업을 수주할 때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하’ 등급을 받도록 한 제도 등도 비관세 장벽으로 거론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공개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는 한국의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도 외국보다 국내 기술·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지적됐다. 절충교역은 외국의 무기를 살 때 기술을 이전받거나 상대방에게 자국산 무기·장비·부품을 수출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 비관세장벽과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정책·관행을 문제 삼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송은아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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