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공항 시설물의 관리 주체인 국토해양부가 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구성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지난 1월 4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긴급성명을 통해 한 말이다. 유족들은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Localizer)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또 “국토부 전·현직 출신이 포함된 사조위 구성은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큰 셀프 조사”라고 했다.
정부는 ‘셀프 조사’ 논란이 일자 사조위 조직을 개편했다. 국토부 출신인 사조위원장 등을 사조위에서 배제하면서 조사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또 “유족들 의견을 사고원인 조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족들이 책임 규명을 촉구한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의 정확한 착륙을 돕는 항행 안전장치다. 공항 측이 2023년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면서 하부 콘크리트 시설물을 보강한 게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참사 당시 여객기는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2m가 넘는 둔덕형 로컬라이저 구조물을 들이받은 후 폭발했다.
국·내외 전문가 중 상당수는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한·미합동조사단도 파손된 로컬라이저 구조물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179명이 숨진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2일 무안공항과 제주항공 등을 압수수색 한 것을 시작으로 참사 책임 소재도 규명 중이다. 로컬라이저 구조물 설치의 적법성 또한 수사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경찰은 참사 책임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기체 자체의 결함과 재해 예방을 위한 공항 시설물 설치·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중처법 위반 대상이 된다.
국토부는 참사 후 “무안공항의 2m 높이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지점 251m에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둔덕형 콘크리트 구조물과 참사와의 관련성 등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유족 등이 의혹을 제기해왔다.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7일 로컬라이저 개선 방안을 밝혔다. 무안공항과 여수·김해·사천·광주·포항경주공항 등 6곳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는 게 골자다. 시공은 콘크리트 대신 경량구조물이나 지하에 묻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공항별 로컬라이즈는 ‘실시설계 입찰’ 후인 이달 말쯤 설계가 시작된다. 공사는 항공기가 충돌했던 견고한 콘크리트 대신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교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각종 논란 끝에 영구 철거될 콘크리트 둔덕처럼 다수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도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