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독일 언론과 민주주의에서 길을 찾다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의 물결 속에서 지역 언론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모색한 책이 나왔다. 인천투데이 김갑봉 편집국장이 펴낸 ‘AI시대, 봉기자가 본 독일 언론과 민주주의(인천투데이·2만2,000원)’는 독일 연방제 기반 언론 생태계를 분석하며, 한국의 지방분권과 언론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 독일 로컬저널리즘 연수를 통해 현지에서 취재하고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독일 언론의 역사와 구조, 지역 언론의 자립 기반, AI 기술이 미디어 환경에 미치는 변화 등을 8장에 걸쳐 담았다.
저자는 독일 지역 언론의 힘을 연방제와 지방분권에서 찾는다. 도르트문트공대 교수들의 “지역 언론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진단, TV베를린의 지역 콘텐츠 전략, WDR 에센 스튜디오의 밀착 보도 사례 등은 한국 언론에도 시사점을 준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대표지 ‘라이니쉬 포스트’는 디지털 전환의 대표 사례다. 이 신문은 2030년까지 매출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에서 창출하겠다는 목표 아래, AI 기술 활용과 뉴스레터·팟캐스트 등 플랫폼 실험에 나서고 있다.
공영방송 구조 비교도 핵심 내용 중 하나다. 독일은 이사회-감독위원회 이원화를 통해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 독립성과 균형을 유지한다. 저자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독일 시스템에선 불가능하다”는 분석으로 한국 방송 지배구조의 개혁 필요성을 지적한다.
독일의 민주주의 교육도 눈길을 끈다. 베를린 커뮤니케이션박물관과 독일연방정치교육원(BPB)은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를 시민에게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한국에도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AI 시대 언론의 방향을 짚는다. 김 기자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 과제와 지역 언론의 생존 전략을 동시에 제시한다. 인천투데이가 도입한 AI 기자 ‘인투아이’와 자체 보도 윤리 기준은 그 예시다. 그는 “AI와 언론이 공존하려면 신뢰와 기준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독일의 분권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10차 개헌 논의와 연계한 제도 개편 방향도 제안한다. 행정수도 이전, ‘5+3 광역경제권’을 토대로 한 13개 광역주정부 개편, 연방제 도입 등이 핵심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전남 진도 출신인 김갑봉 인천투데이 편집국장은 2003년 인천투데이에 입사해 23년째 지역 언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인하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언론홍보학 석사(2018), 물류학 박사(2023)를 취득했다. 코레일로지스 경영자문위원,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의제선정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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