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AI 산업 육성 위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 필요…투자도 대폭 늘려야”

2025-01-23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박 전 의원은 23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AI 시대에서는 어떠한 기업도 독자적으로는 살 수 없고 협력도 해야 한다”며 “그 주도권을 두고 각 기업의 사활을 건 투쟁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나라 AI 경쟁력과 관련해 “한국은 AI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았고, 기업과 젊은 세대가 혁신적인 분야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AI 선도국가를 선점해 4차 산업혁명의 최종 승자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CES 2025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백문이 불여일견이었다. 그동안 보고서도 많이 보고 기사도, 브리핑도 많이 봤는데 실제 가서 보는 건 달랐다. 이전엔 IoT라고 했는데 지금은 AIoT더라. 모든 게 AI로 집약돼 있더라. AI 거품론이나 AI에 대한 피곤함이 기존에 있었지만 이번에 가서 보니 AI가 실생활에 어떻게 녹아들 건지, 가전제품 전체를 어떻게 집약하고 통합적으로 작동할 것인지가 중요하겠더라. (AI와 관련한) 주도권을 두고 전 세계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온디바이스 시대의 주도권을 두고 각 기업의 사활을 건 투쟁을 확인했다. 아차 하는 순간에 10년 이상 뒤처질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니와 혼다의 전기차였다. 소니라고 하면 게임, 가전 등의 회사라고만 생각하는데 결국 혼다와 손을 잡았다. 상당히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보인 것이라고 평가한다. 또 삼성 부스에는 현대차가 있었다. 결국 이제 어떤 기업도 독자적으로 살 수 없고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협력의 주도권 향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국 기업들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분야에서 한국이 뒤처졌다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기업이 AI를 잘 적용하고 있고 시대에 적응도 잘하고 있더라. 사실 발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건 네이버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이번 CES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혁신상을 많이 받았다. AI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와 제안을 구현한 것인데, 우리 기업들은 이미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젊은 세대도 혁신이라는 분야에 잘 활약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정치권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AI 분야 투자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AI 산업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해 보이나?

▲정치인들은 사실 AI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AI 기술 발전이 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AI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산업의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방향이 무엇인지 등이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다. AI 원천기술만 본다면 우리가 이미 뒤처졌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이 거세게 경쟁하고 있고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자본이 집약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AI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AI 시대에 가장 뛰어난 기업을 육성할 수 있고 이에 가장 잘 적응하는 국가나 경제 체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AI 선두국가는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다.

좋은 예시는 인터넷이다. 우리는 인터넷 원천기술을 만든 것도 아니고 국제적인 인터넷망을 까는 데 있어 엄청나게 크게 이바지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 시대에 가장 잘 적응했고 이를 잘 적응하는 나라다. 우리나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20년 전엔 인터넷 기반 기업이 10대 기업에 들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육성됐고 인터넷 발달로 인해 금융권 경쟁력도 향상됐다. 대기업도 초고속 인터넷을 잘 활용했지만 웹툰 등 신산업이 생겼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다. 이렇듯 AI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하면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산업화 시대를 세웠다. 김대중 대통령은 초고속 인터넷으로 정보화 사회를 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AI 고속도로를 깔아 AI 선도국가가 돼야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밀고 가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깔자고 했을 때 대한민국 전체 예산은 2400억원이었다. 그런데 5000억원을 투자했다. 김 대통령이 98년도에 집권해서 초고속 인터넷 계획을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 예산은 78조 2000억원가량이었고 심지어 IMF 직후였다. 그런데도 DJ는 10년 동안 80조원을 쓰겠다고 했다. 해마다 8조원을 쓰겠다는 것인데 이는 전체 1/10 가까이 매년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의미였다. 현재 대한민국 수준으로 환산하면 우리는 AI 분야 투자에 150조원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물론 어떠한 정치인도 이 정도 수준의 투자를 언급한 정치인이 없다.

-트럼프 2기를 맞아 전 세계가 보호 무역 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이나 인공지능 등 전략산업 분야 육성이 견제받을 가능성도 대두된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AI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 데이터센터나 국가 AI 센터를 만드는 등 국가가 이를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AI가 미국으로부터 전략자산화된 탓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두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바로 안보와 경제다. 정치적 불안과 미래 불안이라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안보와 경제 문제에 대해 확고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분쟁 과정에서 안보와 경제를 엮어서 가고 있다.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곳이라고 하지만 역으로 뒤집으면 서방세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본이 최근 반도체 전략 등을 다시 세우면서 대한민국과 대만이 각각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접경지대여서 불안하다고 언급한다고 한다.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여기가 최전방인데 미국이 이곳을 버릴 것인가? 아니다. TSMC 때문에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인데 미국 역시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조선업과 방위산업 등은 물론 우리의 공장과 기술력, 경제력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손을 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정학적인 우리의 위치를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AI를 키워야 하고 이에 맞춘 외교 전락도 펼쳐야 한다. 당연히 투자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 요새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기업들이 투자사기를 당한 분위기인데 (웃음)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지원도 당연히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고 인재와 전략산업 기업들이 우리에게 올 수 있다. 원천기술은 일종의 육수다. 이를 활용한 식당은 레시피가 다 다르다. 이 관점에서 국가 AI 센터 등 인프라 구축과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세제지원을 비롯해 AI 파트너·동맹 형성을 위한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을 지원하면 정치권에서는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종의 특혜가 맞다. 그런데 부정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앞으로 잘 하라고 독려하는 특혜다. 잘하는 기업은 더 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유니콘기업으로, 이를 더 키워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만 특혜를 통한 이득이 특정 기업에만 귀결이 되면 안 된다. 이렇게 특혜를 줬는데 그 이익을 개인이 다 먹는다거나 자기 지분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세금을 내지 않는 등의 행위는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박용진처럼 대기업과 기업 오너들의 반칙·시장 교란 행위를 가장 면밀하게 감시하던 사람이 어딨나. 지난 8년의 의정활동 기간에 치열하게 싸웠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언제든지 지원하되 시장 반칙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준이어야 한다.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테크 산업에서 경쟁력을 놓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기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혜로 인한 이득이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에 귀속되지 않도록 하는 설계도 작성은 정치권의 몫이다.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해당 분야 R&D(연구·개발) 직군의 주52시간제도 유연화를 두고 입장이 크게 다르다. 이에 관한 생각은?

▲사실 삼성이 주춤한 것은 주52시간제도 탓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다. 전략도 없고 재무제표 이득에만 눈이 팔린 최고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다. 물론 삼성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한다면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삼성사장단의 요청으로 강연을 했다. 최고경영진의 무능과 잘못된 판단을 크게 지적했다. 외부 입장에서 그동안 삼성을 비판한 근거에 대해 많이 설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지원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건 맞다. R&D 분야 고급 인력은 협상력이 있다. 이러한 집단적인 협상을 열어줘야 한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 주52시간제도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세워야 한다.

민주당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만든 법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어기면서까지 그렇게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왜 이 분야는 그렇게 하지 않나. 반도체 특별법도 합리적·현실적 예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근로기준법도 손을 봐야 한다. 근로 시간 단축과 노동법 등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정치적 불안정성이 한국의 미래를 발목잡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전략산업을 키워내는 건 단기 승부가 아니다. 최소 5~10년은 바라보고 추진해야 한다. 사실 정치적·사회적 합의가 되게 중요하다. DJ를 예로 들면 불안정한 정치 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DJ는 DJP 연합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정책을 추진했다. 지금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를 챙기는 최우선으로 삼는 인식은 정치권이 합의하기 어려운 주제가 아니다. 이걸 고민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앉아서 상대방을 욕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미래와 경제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민주당만이라도 매주 금요일 지도부 회의를 미래·경제 최고위로 정하고 국제 경제 동향, 환율과 금리, 물가 등은 물론 경제 관련 해외 보도나 사설 동향, 미국 정부의 움직임 등을 정리해 발표했으면 한다. 사실 이걸 10분 길이로 줄이려면 민주연구원이 여기에 전부 다 매달려야 한다. 자료와 보고서 역시 당원들과 국민께 보고해야 한다. 단타 매매 정치를 하면 안 된다. 매일 사고팔면서 돈을 번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결국 우하향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탄핵 국면에서 과학기술 등 미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전략을 꾸려야 하나?

▲민주당은 지금까지 분배와 평등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세력으로 보여왔다. 이제 무게 중심을 성장과 경제, 안보 등으로 옮겨야 한다. 사회적 평등·균형과 경제·안보·성장 등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경제와 미래에 대한 몸부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피크가 오지 않았다, 다시 올라갈 길만 남았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정치인의 제1 과제는 안보와 안전이며 그다음이 경제다. 이것들을 잘한다는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다만 안보와 경제 신뢰 등 세 가지를 모두 다 말아 먹은 대통령이 나오는 바람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탄핵 국면에 들어서면서 조기 대선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물론 앞으로의 행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것이다. 또 내란 옹호 세력이 그야말로 정치권에서 청산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지금은 민주당에서 변방에 있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이에 에너지를 보탤 것이다. 또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좋은 정책도 연구할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최종 승자가 대한민국이 됐다는 기록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