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논란 속 반대 청원도…양질 콘텐츠·교사 자율권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내년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문해력 저하 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AI 기반 '에듀 테크'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8일 ICT 및 교육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성인 교육 스타트업 데이원컴퍼니의 사내 독립 기업 패스트캠퍼스CIC가 현재 제공하는 AI 강의는 약 150개로, 지난해 36개에서 대폭 증가했다.
직장인에게 프로그래밍·마케팅·투자 등 실무 교육을 제공하는 패스트캠퍼스는 2014년 AI 강의를 도입한 이후,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접목한 강의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AI는 단순 기술적 도구가 아닌, 교육의 질을 높이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게 패스트캠퍼스 측 설명이다.
일례로 'AI 튜터'가 24시간 학습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프로그래밍 강의 수강자가 AI의 코드 리뷰 및 디버깅(오류 분석) 지원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이는 식이다.
국내 강의 콘텐츠를 AI가 영어·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자동 번역해 콘텐츠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해외 학습자에게도 제공할 수 있는 점도 AI 기반 교육 플랫폼의 장점이다.
AI 에듀테크 스타트업 뤼이드는 지난 9월 출시한 AI 초등 영어 서비스 '리얼 아카데미'의 월간 유료 사용자 수가 한 달 만에 47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영어 말하기·쓰기 역량 강화에 특화된 서비스로, 학생은 AI 튜터와 대화하며 생각을 표현하고, 이를 영어로 학습하며 하루 한 편의 단문 또는 에세이를 영작한다.
AI 기반 교육은 이처럼 개인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디지털 기기 의존 문제나 집중력·문해력 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며 적잖은 반대 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결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교사는 서책형 교과서와 AI 디지털 교과서를 함께 수업에 활용해야 하는데, 지난 5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와 5만6천600여명이 동의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된다.
교과목은 영어·수학·정보다.
교육부는 오는 29일까지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및 수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에듀 테크 업계 관계자는 "문해력 저하 문제는 단순히 기술 도입 때문이 아니라, 학생이 콘텐츠를 얼마나 능동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진단 기반 학습을 통해 학생의 현재 문해력을 평가하고, 부족한 영역을 맞춤형 학습으로 보완하며 문해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갖춘 IT 역량 및 에듀 플랫폼 인프라에 기반해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AI 디지털 교과서의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기업 직무 교육에 AI를 활용하는 경우는 학습 내용을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지 목적이 분명하지만, 학교에서의 AI 교육은 곧바로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교육 플랫폼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더라도 교사의 교육 자율권을 보장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AI 활용 역량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초개인화 학습의 혁명이 시작된다: 에듀테크' 보고서'에서 교사들이 에듀 테크를 활용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개인적 활용 방법 미숙', '서비스 이용의 어려움' 등을 꼽은 점을 고려해 "(교사가) 본인의 교육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질 좋은 에듀테크 서비스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권을 부여해 교실 내 에듀테크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hyunsu@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