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불확실성'에 돈쌓는 기업들…투자·배당 어떻게 유도하나

2025-03-23

5일 경기 과천시 과천국립과학관 미래상상SF관에서 열린 '현대 전자 문명의 기반, 반도체' 전시에서 관람객이 반도체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문명의 기초가 된 반도체의 개념부터 제조공정, 인공지능(AI) 반도체로의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사진=(과천=뉴스1) 신웅수 기자

기업 사내유보금이 2023년 사상 처음으로 28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치권에선 기업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나 주주 배당은 소홀히 하고 당장의 이익 추구에 힘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들이 돈을 풀지않고 유보금을 쌓으면 최근 둔화하는 내수 경기와 맞물려 '불확실성 - 투자·배당 위축 - 내수 경기 둔화'의 악순환을 만들 것이란 걱정도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 동력 확보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논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단독] 배당·투자 안 하고 곳간에…기업 사내유보금 2801조 '사상 최대')

23일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2%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와 기타 운송장비 등 운송장비의 설비투자가 각각 12.6%, 17.5% 감소했다. 지난 1월 설비투자 감소폭은 2020년 10월(-16.7%) 이후 4년3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설비투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생산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 투자 위축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미래연구원장을 지낸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와 비교해 소위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행)이라는 도전 정신이 약화되고 과거 활발했던 혁신들이 잘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교수는 이어 "IMF(국제통화기금)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는 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재무건전성이 어느 수준까지 확보된 기업들이 장기간 사내유보금을 축적하는 것은 주주는 물론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설비투자 위축은 기업의 유보금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일반 법인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2801조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5000억원 초과 상위 0.1%기업의 사내보유금은 1525조원으로 전체 사내유보금의 54.5%다. 2023년 연간 설비투자 지수는 전년대비 4.8% 감소했는데 그 영향이 유보금 증가로 나타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2637.10)보다 3.20포인트(0.12%) 내린 2633.90에 개장한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25.15)보다 0.21포인트(0.03%) 하락한 724.94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58.9원)보다 7.6원 오른 1466.5원에 출발했다. 2025.03.21.

국내 기업의 소극적 배당성향 역시 기업의 유보금을 늘리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가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배당 성향을 산출한 결과 한국의 배당성향은 27.2%로 16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1위인 영국 137.4%의 5분의 1 수준이고 일본 36.7%에 비해서도 10%P(포인트) 가까이 낮다.

임 의원은 "국내 기업은 배당금은 적게 지급하고 자사주 매입도 소극적으로 하는 등 주주환원이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투자를 하는 것보다 자금을 쌓아두는 것이 당장 기업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기업의 업무추진비 손금(비용인정) 한도를 상향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임 의원은 현행 매출액의 0.3%까지인 기업 업무추진비의 손금 한도를 0.35%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임 의원은 "사내유보금을 영업 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활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촉진하는 경제 환경을 만드는 데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 교수는 "(사내유보금 증가는)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저해하기보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성에서 해법을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 업무추진비 비용 인정 한시적 상향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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