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이유로 ‘난민 면접영상 제공’ 거부했던 법무부 “공개가 원칙” 선회

2025-06-20

난민신청인의 난민 지위를 심사하는 면접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일부 면접영상을 비공개했던 법무부가 앞으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사실상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난민신청인의 ‘난민면접 영상 공개 관련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난민신청인과 난민인권단체 측 손을 들어주자 뒤늦게 입장을 바꿔 명확히 밝힌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6일 난민인권단체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남긴 민원에 대해 “난민신청자나 소송대리인이 난민면접 영상녹화 파일의 정보공개를 청구할 경우 공개가 원칙”이라며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권리 보장 등의 이유로 청구한 경우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난민면접은 난민신청인들이 난민지위 인정을 위한 심사를 받을 때 거치는 핵심 절차다. 밀폐된 면접실에서 전담공무원의 진행에 따라 질의응답을 하면 통역인의 답변이 면접조서에 기록된다. 이 과정에서 위법한 일이 일어나거나 진술이 왜곡돼도 난민신청인이 이의를 제기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실제 지난 2018년에는 난민신청인에 대한 면접 조작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난민인권단체는 심사 과정의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인 면접 녹화 영상을 모두 공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법무부는 기존에도 각 출입국사무소 등 관할 기관에 방문하거나 우편 등으로 신청하면 면접 영상을 열람할 수 있으므로 난민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단체는 이 같은 열람만으로는 면접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세세하게 확인할 수 없어 권리 구제 수단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반박해왔다.

난민면접 영상 공개 문제는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2023년 법무부가 난민신청자의 영상 공개 신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종교적 박해 등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알렉스는 2021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서 세 차례 난민 면접을 봤지만 이듬해 7월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 알렉스는 통역 문제 등으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출입국사무소를 찾아 면접 영상을 열람했다. 그러나 일부 영상이 삭제돼 있어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다. 이에 알렉스는 법무부에 “면접 영상 전체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통역인의 얼굴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다”며 영상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난민신청자가 원한다면 난민 인정에 관건이 되는 자신의 진술이 녹화된 난민면접 영상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센터 측 손을 들어줬다. 통역인의 음성이 드러난다고 해도 이는 공적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개인의 생각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법무부는 다시 상고했고 지난 1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이번 법무부의 국민신문고 답변은 2년에 거쳐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수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정보가 들어있어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영상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난민인권단체는 법무부의 답변을 환영했다. 김연주 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면접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상 공개가 필수적이고 법무부 답변을 통해 누구든지 영상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필요 시 난민 면접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공개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당연히 공개해야 할 자료를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야 열람을 허용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재판 기간 동안 알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가 되도록 법 등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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