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칼로리 자급률이 3년째 32%대에 머무는 등 ‘식량 안보’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내후년까지 이를 50%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전략작물을 비축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보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칼로리 자급률은 2023년 기준 32.5%로 전년(32.9%)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국민이 섭취하는 곡물ㆍ서류(감자류)ㆍ육류ㆍ채소ㆍ과일 등의 영양 기준에서 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칼로리 자급률은 2021년부터 32%대에 머물고 있다. 1990년 62.6%였던 칼로리 자급률이 30여 년 새 반토막 난 것이다.
식량안보의 또 다른 지표인 식량(식용 곡물) 자급률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0년 70.3%이던 식량 자급률이 이젠 49%(2023년 기준)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사료용 소비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 역시 43.1%에서 22.2%로 떨어졌다. 둘 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국제 곡물 가격과 수급 변동에 취약해진다.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주요 생산국이 곡물 수출을 금지할 경우 수입국은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99% 수입에 의존하는 밀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하자 ‘빵플레이션’이 발생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이 앞다퉈 ‘식량 안보’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는 가운데 한국도 2027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55.5%로, 칼로리 자급률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밀ㆍ콩 등 식량안보와 밀접한 전략작물을 재배하도록 장려하고, ‘전략 작물 직불제’를 통해 이를 수매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략작물 직불금 예산을 기존 2440억원에서 4196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콩 비축 물량도 3만톤(t)에서 6만t(1532억→3150억 원)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국산 밀ㆍ콩 가격이 수입산의 2~3배에 달하다 보니 식품 제조업체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식량·칼로리 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 곡물 수급 위기가 발생할 때 우리가 입게 될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해외 곡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명예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는 “카길 등 4대 곡물 메이저 기업이 세계 곡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곡물을 사들인 후 높은 가격에 판매해 많은 이윤을 얻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자국 국적의 현지 유통업체를 육성해 해외에서 직접 곡물을 조달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