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포스코, 두산,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휴머노이드를 공장 내 적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와 동시에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나 특징을 지닌 로봇을 말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AI와 로봇이 결합된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올 하반기 중 AI & 소프트웨어와 휴머노이드 R&D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전 분야에 걸쳐 대대적인 경력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으로 치우쳤던 사업을 지능형 로봇 솔루션으로 전환하고 휴머노이드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연구개발을 위한 R&D 센터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 내 빠른 구축을 목표로 신축이 아닌 기존 공간을 활용해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지능형 로봇 솔루션과 실용적 휴머노이드는 하드웨어만큼이나 관련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며 "조직 신설과 통합 R&D 센터 구축은 이러한 핵심 경쟁력을 빠르게 내재화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여러 개의 팔을 동시에 제어해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멀티암(Multi-Arm) 동시제어 기술' ▲다양한 환경에서 센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안전한 작업을 돕는 '충돌 회피기술' ▲ 로봇이 스스로 작업계획을 수립하고 여러 단계의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Long-horizon Task 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포스코도 휴머노이드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홀딩스CVC 2호 신기술투자조합은 지난해 말 국내 협동 로봇 1위 기업인 '뉴로메카'에 100억원을 전환사채 매입 방식으로 투자, 지분 약 5%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뉴로메카의 로봇 공동 연구로 철강 공장 자동화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공정 자동화를 위한 로봇 기술 투자에 일찍부터 주목해 왔다. 앞서 회사는 2023년 '대동' 기업과 협업해 로봇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철강산업에 맞는 특수환경 임무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까지 대동과의 협력을 통해 해당 로봇의 개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 SK그룹도 휴머노이드 관련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그룹 배터리 전문 자회사 SK온의 미국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이달 초 유일로보틱스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번 유일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공장에 투입될 로봇기술을 상용화하고 향후 범용인공지능(AGI) 기반의 휴머노이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기술 투자에 팔을 걷는 건 공정 자동화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으로 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향후 10년 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최대 6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2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부에서도 휴머노이드 기술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국내 기업의 로봇 기술 개발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에이전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래에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 될 것"이라며 "기존 단순한 AI 기술을 넘어서 실제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들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공장에서부터 식당, 가정까지 전방위적으로 휴머노이드 기술이 활용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