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엔 ‘악몽’, 시니어 무대엔 ‘신의 선물’…쉰 살 타이거 우즈와 챔피언스 투어[골프 트리비아]

2025-12-29

남자골프에서 만 50세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현역 무대를 떠나 시니어 투어에서 뛸 수 있는 나이다. 40대 이후로 젊은 선수들에 밀렸던 선수들도 50세에 자리를 옮겨 데뷔하면 팽팽한 ‘루키’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1975년 12월 30일에 태어났다. 내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 무대인 챔피언스 투어의 멤버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잭 존슨(미국),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이안 폴터(잉글랜드)도 우즈와 ‘동기’로 합류하게 될 빅 네임들이다. 이들 셋은 1976년생으로 한국식 나이로 따지면 우즈보다 1살 어리지만 폴터는 1월, 존슨은 2월, 스텐손은 4월에 태어난 덕분에 내년부터 투어를 뛰는 데에 문제는 없다.

정규 투어와 달리 챔피언스 투어는 대부분 3라운드 54홀 일정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적다. 대회당 출전 선수는 80명 정도로 컷이 없다. 출전만 해도 돈을 번다는 뜻이다. 최경주는 그래서 “우리끼리는 챔피언스 투어를 ‘ATM(현금지급기) 투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일종의 ‘연금 시스템’인 셈이다. 메이저 대회가 5개라는 점도 정규 투어와 다르다.

PGA 챔피언스 투어에는 왕년의 대스타들이 모여 있는 만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보다도 인기가 높다. 상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내년에는 총 28개 대회를 치른다. 시즌 총상금은 6985만 달러(약 1026억 원), 대회당 평균 상금은 약 250만 달러(약 36억 원)다.

올해에는 상금 1위 스튜어트 싱크(미국)를 비롯해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 스티븐 앨커(미국)가 상금 3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3명이 300만 달러를 넘긴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시니어 황제’로 불리는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역대 총상금 부문에서 3822만 달러(약 560억 원)로 1위에 올라 있다. 2020년부터 뛴 최경주는 그동안 581만 8205달러(약 85억 5000만 원)의 수입을 챙겼다.

2007년 챔피언스 투어에 데뷔한 랑거는 47승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과시한다. 통산 승수 상위 랭커를 보면 친근한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주한미군 복무 시절 한국 오픈에 출전해 초대(1958년) 대회를 시작으로 3년 연속 우승했던 오빌 무디(미국)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11승을 거뒀다.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이상 미국)는 나란히 10승씩을 거뒀다. 일본의 골프 전설 아오키 이사오는 아시아 선수 최다승(9승)을 기록했다. 우즈와 PGA 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펼쳤던 어니 엘스(남아공)는 7승, 비제이 싱(피지)은 5승, 필 미컬슨(미국)은 4승을 기록 중이다. 최경주는 2승, 양용은은 1승을 챙겼다.

우즈가 내년에 챔피언스 투어에 데뷔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우즈는 올해 8월 기업 솔루션 업체인 미국의 인스페리티의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가 됐다. 이 회사는 챔피언스 투어 인스페리티 인비테이셔널의 타이틀 스폰서다. 이 대회는 내년에는 5월 초에 열린다. 계약서엔 우즈가 인스페리티의 골프대회에 출전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챔피언스 투어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퓨릭 앤 프렌즈)를 개최하고 있는 짐 퓨릭(미국)은 팟캐스트를 통해 우즈에게 “한 번 살짝 발만 담가보라”고 제안했다. 각종 부상과 수술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우즈에게는 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PGA 투어는 우즈가 챔피언스 투어로 넘어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길 바란다. 반면 챔피언스 투어는 우즈의 등판을 고대하고 있다. 1997년 우즈가 “헬로, 월드”라는 인사와 함께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투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우즈가 챔피언스 투어에 풀타임으로 뛸 가능성은 낮지만 그의 출전 자체가 PGA 투어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하룻밤 사이 수많은 미디어와 팬이 시니어 대회장으로 이동할 게 뻔해서다. 기업도 따라갈 것이다. 밀러 브래디 챔피언스 투어 회장은 “타이거가 출전한다면 좀 더 큰 미디어 텐트를 마련할 것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했다.

우즈의 합류는 챔피언스 투어에는 신의 선물이나 다름없다. 그 축복이 언제 내려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골프계 힘의 균형까지 바뀔 수 있는 일이 2026년에 일어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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