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메시지 희미한 민주···대선 ‘젠더 공약’ 퇴보할까

2025-03-09

더불어민주당은 세계여성의날인 지난 8일 황정아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민주당은 차별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협력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당의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메시지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 젠더 공약이 지난 대선보다 퇴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성의날을 맞아 모두가 안전하고 누구도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다짐한다”며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보편의 상식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같은 날 ‘민주당의 여성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민주당만큼 여성 정책에 관심있는 정당이 어딨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에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차별·폭력에 대한 메시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동덕여대 사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학내 시위를 한 학생들을 겨눠 “폭력은 안 된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수법과 본질이 동일하다”고 발언해, 학생들이 시위에 이르게 된 맥락은 조명하지 않고 혐오를 매개로 지지층을 결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입장을 내지 않았고,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보수정당 일각의 움직임이 확산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동덕여대의 학생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려다 하루 전 취소하기도 했다. 비동의 간음죄, 차별금지법 등 인권 관련 숙원 과제로 꼽히는 입법에 대한 당내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 ‘여성 정책’ ‘남성 정책’ 등 특정 젠더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내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젠더)의제가 오염돼 있어 건드리는 순간 의도치 않은 잡음이 발생한다”며 “나이, 젠더로 나누는 공약은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젠더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2030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해선 페미니즘 정책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딴지일보 게시글을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공유하고, 남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글을 썼다 삭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다 대선 한 달여 전 ‘n번방 성착취’를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활동가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2030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성차별 시정 입법에 대한 당내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당 전국여성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별다르게 논의된 건 없고, 지난 총선과 대선 공약을 점검하고 있다”며 “과거에 너무나 당연하게 (공약)했던 것들이 (대선 공약에서) 빠지겠나”라고 말했다. 청년위원회 등 청년 정책을 주도하는 당내 조직에서는 구조적 성차별을 해체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청년 자산 증식 프로그램 등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데이트폭력 처벌법 제정·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젠더폭력 근절 4대 공약, 차별 없는 공정한 일터·남녀 포괄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 등 여성·가족 5대 공약 등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제22대 총선 공약으로 여성청년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관행 근절, 구조적 불평등 사회 해소를 위한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 등을 제시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남성·여성 다 무섭다는 것이다. 청년을 뭉뚱그려 말하면 그에 화답하는 청년은 내부 당원들 정도로, 확장성이 없다”며 “청년 남성·여성 등이 모이는 공식적 기구를 만들고 대선후보가 최고책임자가 돼 성인지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평등 의제를 계속해서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집어넣고 이분법적으로 대립시켜 갈라치기로 선동했던 전략도 탄핵돼야 한다”며 “청년 여성들은 (지난 대선 때) 한번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엔 막판에 민주당 지지로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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