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핵과 재래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군의 재래 전력을 키워 미국으로부터 핵 억제력을 제공받는 한미 맞춤형 억제 전략(TDS) 3축 체계가 명확하게 구상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북한경제리뷰 3월호에 실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군사력 발전: 전망 및 한국의 대응’에 따르면 북한이 단기간 내 따라잡기 힘든 질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우리 전력의 현대화 계획을 통해 주요 전력에 관한 한 북한보다 1~2세대를 앞서가야 한다.
또 한국군의 모든 전력을 일반적인 군사 혁신이나 미래전의 추세에 따라 표준화하는 것이 예산상의 부담이나 효율성 면에서 무리는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군의 미래 위협 대비는 전방위적 위협에 대한 대응을 전제로 하는데 비국가 행위자들의 테러, 북한의 과거전 유형 도발 등 특정 위협에 대해서는 첨단 전력 위주의 대응이 오히려 불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첨단 무기 위주의 구성은 오히려 2선급 전력 건설을 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방산시장 진출 기회를 상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군사력 구성에 있어 첨단 전력, 전통 전력, 실험형 선도 전력의 조합 정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군의 자체 전력 증강도 강조했다. 차 부원장은 “여전히 핵전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에 있어서도 우리 단독의 전쟁 억제 능력을 완전히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능력 조기 구축에 최우선적으로 중점을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그 사실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동맹도 일종의 거래 관계다. 미국의 핵 자산에만 의존하다 보면 우리는 비용이나 자율성 등에서 과도한 희생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 부원장은 대핵 능력 발전에 있어 우리 자신의 능력, 즉 3축 체계 관련 전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차 부원장은 “우리의 재래 전력이 구비돼야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북한의 핵 사용 유혹을 봉쇄할 수 있으며 지휘 통제 능력 및 감시정찰(C4ISR) 능력에 있어 미국과의 상호운용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동맹국의 활용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3축 체계는 한미 연합 전력의 범주 내에서 작동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다. 한미 맞춤형 억제 전략 관점에서 3축 체계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명확한 구상이 확립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향후 핵 및 재래 전력을 지속 건설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 역시 억제의 일환으로 봤다.
차 부원장은 “북한이 공격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통적 거부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공격 능력 건설 자체를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 조성이 필요한 것”이라며 “이는 북한을 2중 군비 경쟁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적절한 거래 관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은 재래 전력에 있어 북한을 압도할 전력을 건설하세 되고 미국은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