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마지막 남은 예술공간, '전주화방문구'를 소개합니다

2025-02-20

1980년 전주시 충경로에 문 열고 40년째 거리를 지키고 있는 '전주화방문구'

어머니의 뒤를 이어 2대째 이어가는 등 오랜 역사를 지닌 전북 지역 유일한 화방에

도시의 변화 속에서 작은 가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인해 동네 화방의 역할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한때 미술을 배우는 학생들과 예술가들의 필수적인 공간이었던 화방들은 대형 문구점과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전북에는 여전히 한 곳, 마지막으로 남은 ‘전주화방문구’가 있다.

40년 전 액자 집으로 문을 열고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일대의 터줏대감이 된 이 화방은 이제는 단순히 미술 도구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오래된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물감과 붓, 연필과 스케치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학창 시절 모두가 흔하게 접했던 수채화 물감부터 난생처음 보는 전문가용 미술 도구까지 화방 곳곳에 정리돼 있는 화려하고 신기한 색감의 미술용품은 보는 이의 눈을 현혹하기도 한다.

그와 동시에 벽면 가득 진열된 미술 재료들은 오랜 시간 쌓여온 손때와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종이 냄새와 물감 향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요즘은 미술 도구를 온라인으로 쉽게 살 수 있지만, 직접 만져보고 색을 비교해 보면서 고를 수 있다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매력이 있으니 지금껏 버틴 것 같아요.”

화방을 운영하는 이동현(41) 씨는 가게 매대에서 이날 새롭게 들어온 미술용품을 정리하며 말했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2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그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화방의 의미를 잃지 않으려 애써왔다.

“과거 이 거리에 저희 화방을 포함해 총 3곳의 화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만 해도 학생들이 단체로 와서 필요한 재료를 사고 가곤 했어요. 미술학원 선생님들도 자주 찾아왔고요. 그런데 요즘은 방문하는 손님이 많이 줄었죠.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아직 문을 닫을 생각은 없습니다.”

19살 어린 나이부터 약 20년 세월 동안 화방을 운영해 왔지만, 나날이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 이 씨 역시 화방 운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말 그대로 가족 사업이다 보니, 그냥 해야 한다는 마음에 시작된 화방 운영이었죠. 하지만 갈수록 학생 인구도 줄고, 온라인 매장도 발달해 화방 운영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이제 와서 화방을 그만둔다면, 지금까지 연을 이어왔던 고객층과 거래처 등의 제 인간관계도 정리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아무튼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마음이 전부인 것 같아요.”

이처럼 40년 동안 지역 사회와 함께 늙어가고 있는 이 화방은 단순히 미술 도구를 사러 오는 곳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고객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주차장 문제도 최근 해결했고, 바뀌어 가는 세대에 맞춰 이 공간도 살아남을 방법을 계속해서 강구하고 있어요. 화방을 찾는 고객분들 중 가끔 색연필을 고르면서 이런 색을 쓰면 좋을지 물어보곤 해요. 저도 오래 하다 보니 조언을 해주게 되는데, 그게 또 이 공간만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이 공간과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마트 스토어 도입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선은 이것저것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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