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구 200만 시대…이제는 성숙한 포용 사회로

2025-07-30

총인구의 4%가량이 외국인, 우리 사회 필수 존재

다문화는 큰 흐름, 차별·혐오 대신 존중·배려 필요

국내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그제(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외국인 인구는 20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총인구의 3.9%에 달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확대와 지역 유학생 유치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전체 주민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넘는 지방자치단체도 여럿이다. 다문화 사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건설·농업·제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

그런데 최근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가 벽돌 더미에 묶여 지게차에 매달린 채 조롱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동료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가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인권 유린”으로 규정했고,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피해 노동자는 “수치스럽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과거에도 폭언과 욕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괴롭힘이 공개적으로 행해졌는데도 영상에선 이를 제지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식 취업비자(E-9)를 받아 입국했고 최장 3년간 체류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해도 직장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90일 안에 사업장 변경 승인을 받지 못하면 출국조치되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고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선 인권 침해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고용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 이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한국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빨리빨리’와 같은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을 열등하다고 여기고 조롱이나 멸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무역 강국이자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문화 콘텐트 수출국이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데, 국내 체류 외국인을 집단 괴롭힘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건 국가 이미지에도 치명적이다. 한국이 발전할수록 여기서 일하려는 외국인은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 역시 필요한 일자리를 내국인으로만 채울 수 없다. 이제는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차별과 혐오 대신 존중과 배려가 뿌리내린 성숙한 포용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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