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매출 5조인데 법인세 ‘0원’ 외국기업 6배 급증…구글·넷플릭스는 부가세마저 ‘찔끔’ [탈세공화국②]

2025-02-19

매출 5조 넘는 외국기업 35곳 중 12곳 법인세 안 내

부가세마저 ‘찔끔’…국내기업의 15% 수준에 불과

매출 산정방식 개선하고 조세회피 조사 강화 필요

국내에서 5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외국계 기업이 5년 만에 6배로 늘었다. 여기에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공룡들은 부가가치세마저 국내 기업의 15% 수준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에 요청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19~2023 수입금액 구간별 외국계 기업의 법인세 납부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1만1103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099곳(45.9%)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특히 2023년 국내에서만 매출 5조원 이상을 낸 외국 기업 35곳 중 법인세가 ‘0원’인 기업은 12곳(34.3%)으로, 5년 만에 6배 급증했다. 반면, 국내 기업은 147곳 중 27곳(18.4%)만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매출이 있어도 투자나 손실 등으로 이익이 남지 않으면 법인세를 내지 않지만,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낸 외국 기업 비중이 국내 기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는 건 심각한 조세 회피 행위가 의심되는 지점이다.

다국적 기업은 조세 조약 등 법의 허점을 악용해 한국 지사에서 거둔 수익의 대부분을 본사나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인 조세 피난처로 이전해 비용 대비 소득을 축소해 왔다. 과세표준이 작아지는 만큼, 국내에서 내야 할 법인세도 줄어드는 것이다.

안창남 전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인세율이 24%로 싱가포르(17%) 등 다른 나라보다 높아 다국적 기업 입장에선 수익을 제3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는 납부 세액이 없을 정도로 명목상 이익만 남겨 놓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구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절세 꼼수’가 국제 사회의 문제로 지적돼 온 가운데, 세계일보 취재 결과 실제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에 낸 부가세는 국내 기업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따르면, 2023년 매출 규모 30억원 이상의 국외 IT 사업자 11곳이 낸 전자적 용역 부가세는 5261억원이었다. 기업 1곳당 478억원을 낸 셈이다. 같은 해 네이버가 부가세로만 최대 3000억원을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법상 국외 IT 기업들은 인터넷 광고나 게임, 음성·영상 서비스, 인앱 결제 등 전자적 용역을 통해 얻은 매출에 대해 10%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국내 매출 자체를 축소 신고하다 보니 실제로 납부하는 부가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재무관리학회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2023년 공시 매출의 33.1배에 육박하는 12조1350억원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실제 매출은 감사보고서 대비 2.5배, 페이스북코리아는 18.3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다국적 기업의 매출 산정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량과 결제 데이터, 트래픽 등을 기반으로 한 매출 산정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다국적 기업의 소재지와 상관없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디지털세’(Digital Tax)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추진하고, 조세 피난처에 대한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묵인하는 것은 사실상 이들 기업에 보조금을 주면서 국내 기업과 경쟁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국내 기업에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다국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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