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적 뻥튀기 논란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손본다

2024-11-04

입력 2024.11.04 10:00 수정 2024.11.04 10:00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위험액 과소산출 지적…K-ICS 해지위험액 정교화

업무보고서 신설 통해 무분별한 사업비 확대 방지

보험업법 위반시 제재 불가…위임 근거 명확키로

결산 부실검증시 벌칙 부과 조항 신설…책임 강화

금융당국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실적 부풀리기' 주범이 된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에 손을 보기로 했다. 해지위험액 산출방식을 바꿈으로써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을 두텁게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오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건전성 감독 강화 등 IFRS17 안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험개혁회의에서는 IFRS17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관련 제도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계약에 대한 IFRS17이 지난해부터 시행돼 보험사는 결산 시점의 최적 가정을 기반으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고, 발생주의에 따라 보험손익을 인식하고 있다.

보험계약마진(CSM)이 이익의 원천이자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부각됐고, 발생주의에 따라 사업비 부담이 경감되면서 CSM 확보를 위한 신계약 유치 경쟁이 사업비 경쟁으로 확산됨과 함께 고무줄식 회계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경쟁 등 장기 리스크가 내재된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현행 건전성 제도(K-ICS)의 리스크 측정방식 및 재무정보 신뢰성 관련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K-ICS는 보험사의 모든 자산·부채의 공정가치를 평가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요구자본)에 대비해 보험사가 손실흡수성있는 자본(가용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업권 '이슈스터디', '릴레이 간담회' 등을 거쳐 과제를 발굴하고 '보험개혁회의 신회계제도 실무반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무·저해지상품의 위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를 정교화하기로 했다.

K-ICS 산출시 보험사가 예측하지 못한 해지위험을 요구자본에 반영하는데, 무·저해지상품은 일반적인 표준형 상품과는 해지위험의 방향이 달라 현행 방식은 위험액이 과소산출되는 측면이 있다. 향후 예상치 못한 해지 행태가 시현될 경우 보험사의 건전성이 저하돼 장래 보험료 인상, 지급불능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K-ICS에 무·저해지상품의 위험도 적절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에 무·저해지상품의 특성에 맞게 내재된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도록 K-ICS 해지위험액을 정교화한다. 표준형 상품과 구분해 무·저해지상품의 해지위험을 분리 산출하고, 해지시 순자산이 증가하는 상품의 경우 해지율 감소 충격을 적용한다.

해지위험액 산출방식 개선을 통해 리스크 있는 상품 판매에 비례해 자본비용이 발생하는 체계를 정립하고,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두텁게 확보해나갈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했다.

또한 업무보고서 신설 및 제재근거 마련을 통해 무분별한 사업비 확대를 방지하기로 했다.

IFRS17 도입으로 회계상 계약초기 사업비 집행 부담이 감소한 결과 실제로 지난해 사업비 집행이 전년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업권 수입보험료는 212조9000억원으로 15조8000억원 감소해 사업비가 과다집행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계약체결비용 증가가 전체 사업비 증가를 견인하는 양상으로, 이러한 추세 지속시 건전성 약화 뿐만 아니라 신계약 판매 과열에 따른 불완전판매, 유지율 하락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사의 사업비 집행에 대한 모니터링·감독 지속 방안을 마련했다. 보험료, 보험금 및 사업비 등을 포함하는 실제 현금 유출입에 대한 업무보고서를 마련해 상시 점검체계를 운영하고, 지속 모니터링해 합리적인 사업비 집행을 유도한다.

보험업감독규정은 보험사가 기초서류에서 정한 사업비 한도 내에서 수수료 등이 지급되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집행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계약자 보호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준수해야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현재 보험업감독규정을 위반해도 제재 근거가 불명확해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험업법 등 법령의 위임 근거를 명확히해 규정 위반시 제재를 추진하고, 무책임한 수당 정책 관행을 근절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세부 공시를 확대해 재무정보 신뢰도를 제고하고 엄정한 외부검증을 유도한다.

보험사 가치 평가에 있어 계리가정, CSM 등 구체적인 재무정보의 중요성이 증대됐지만 보험사 공시는 포괄적인 가정 및 일반론만 압축 제시하고 있어 유의미한 정보 제공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5월에 열린 보험분야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도 CSM 세부내역 등 실질적 공시 확대를 통한 질적 분석 제고 필요성이 건의된 바 있다.

아울러 시가평가 기반 결산 신뢰성 확보를 위해 회계·계리법인 외부검증제도를 시행 중이나, 형식적 운영에 머물러 외부검증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따라서 투명한 공시와 책임성 있는 외부검증을 통해 시장에서의 자정기능을 활성화하고, 건전경영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이에 우선 보험사 전체 단위로 제공되던 보험부채 현황을 포트폴리오 단위로 세분화해 보험부채 세부 현황·변동, 최적가정 등을 공시토록 할 예정이다.

이로써 정보이용자들은 ▲회사별 수익성이 양호한 상품유형 ▲CSM 변동 사유 ▲장래 현금흐름에 대한 추정 현황 등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보험사 간 비교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해외 건전성 공시' 사례를 비교·분석해 국내 경영공시 개선 필요사항을 파악하고, 일반-건전성 회계 간 차이 및 민감도 정보 공시를 추진한다.

결산 외부검증에 대해서는 감리근거 및 자료제출 요구권을 신설해 이미 마련된 자율규제의 이행력을 확보한다. 가이드에 따라 적정한 외부검증이 이뤄졌는지 등 부실검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 자료요구를 통해 면밀히 점검한다. 부실검증시 벌칙 부과 조항도 신설해 계리법인의 책임성을 크게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번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한 IFRS17 안착을 위한 보험건전성 감독 강화방안이 시장에 신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세칙 개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K-ICS 해지위험액 정교화 및 재무정보 공시 확대는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된다.

김 부위원장은 "계리적 가정 등이 전제되는 IFRS17이 고무줄식 회계가 아니라 보험사의 실질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개별 보험사의 비합리적·자의적 회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