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협의회,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우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204개 중 절반 영향권"
KB금융·하나금융 등 외국인 지분율 높은 곳 '고위험'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상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 204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영권 불안정'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주관으로 '반기업법(상법·노란봉투법) 문제점과 향후 대응 긴급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 의무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2차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핵심 내용이다.
정 부회장은 집중투표 의무화 시 최대 주주가 과반 지분을 갖더라고 소액주주 연합 측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소액주주가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소액주주가 선호하는 인물이 감사위원회에 들어가 대주주 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정 부회장은 "이사회의 내부 의견 대립이 심해져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산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 204개사 중 절반 이상이 '경영권 불안정'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대규모 상장회사 가운데) 51% 정도가 이사회 구성이 2대, 3대 주주로 넘어가는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한진칼, 넷마블, KT&G, 하나금융지주 등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들 회사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부회장은 "외국 투기자본이 들어와 자기들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하도록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이 회사들의 이사회 구성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엘리엇', '키스톤PE·KMH', 고려아연 등 실제 경영권 분쟁 사례를 소개한 정 부회장은 "집중투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확대된다면 경쟁회사들의 CEO(최고경영자)나 CTO(최고기술책임자) 등이 우리나라 기업에 진출할 토대가 마련된다"고 진단했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에 대해 정 부회장은 적대적 M&A의 유일한 방어수단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상법을 개정할 때 왜 자기주식 소지를 허용하도록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적대적 M&A의 방어수단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사주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자기주식을 허용하게 되면 주주이익을 제고시킬 수 있고, 기업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자사주를 갖고 있다가 자금이나 투자가 필요하면 시중에 팔아서 그 돈으로 재투자하는 자금조달 기능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상법을 개정하는 쪽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실제로 시장에서 소액주주가 이 제도를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이 제도를 활용 가능한 건 기관이나 국내외 펀드들이 주로 활용 대상이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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