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 〈60〉법원이나 수사기관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행위는 적법한가

2025-09-16

대법원은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개인정보를 그 타인의 동의 없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왔다.

예컨대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은 고소인 A가 조합 퇴사 시 업무상 알게 된 조합장의 개인정보를 형사고발장에 첨부해서 제출한 사안인데, 대법원은 고소·고발장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첨부해서 개인정보를 제출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도9510 판결은 특정 단체에 소속된 피의자 신분의 B가 타인의 입당원서를 작성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안인데, 대법원은 B가 타인의 입당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가 금지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다만 위 대법원 판결들은 이들 행위가 사회상규 등의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판시해, 어느 정도 타인의 개인정보 활용을 예정했다.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재판과정에서 또는 수사절차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해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보면서, 그 판단기준에 대하여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면,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17590 판결 사안은 농업협동조합의 경제상무로 근무하던 사람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CCTV 영상자료, 꽃배달내역서, 무통장입금의뢰서, 무통장입금타행송금 전표 등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들을 첨부해 함께 제출했는데, 대법원은 이들 증거자료는 고발한 범죄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자료이고, 피고인이 제출한 개인정보의 성격 및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가 공공기관의 지위에 있는 수사기관인 점 등을 고려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3673 판결 사안은 아파트의 동대표 회장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이던 개인정보가 기재된 입주자카드 총 584장을 제출했는데, 대법원은 피고인이 입주자카드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는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되는 점, 피고인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삭제함으로써 침해의 위험성이 큰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의 보호조치를 취한 점 등을 고려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특별한 불법이나 부당한 행위 등이 개입되지 않은 한 재판 과정이사 수사 절차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보호와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절충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바,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사 또는 소송 목적으로 활용할 때에도 개인정보 보호 취지를 같이 고려해야 함이 바람직하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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