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는 젠가 타워의 하단에 위치한 중요한 블록 같은 선수다.”
‘디애슬레틱’이 평가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 이정후의 중요성이다. 이정후가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행보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일깨워주는 평가다.
디애슬레틱은 20일 이정후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던 이정후의 검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샌프란시스코에는 이 선수가 쓰러지면 망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선수가 이정후를 포함해 6명이 있다”며 “이정후는 젠가 타워의 하단에 있는 중요한 블록 같은 선수다. 물론 그를 대체할 외야수가 샌프란시스코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 선수가 이정후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그저 행복한 우연이다. 이정후의 허리가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면, 그는 젠가 타워의 가장 밑부분서 빼내야 할 흔들리는 블록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계약한 이정후는 MLB 데뷔 첫 해 어깨 부상으로 조기 시즌아웃되며 37경기만 뛰는데 그쳤다. 타율 0.262, 2홈런, 8타점, 2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641의 성적은 다소 초라했다.
이후 재활에 매진한 이정후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300, 2홈런, OPS 0.967의 맹타를 휘두르며 이번 시즌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범경기 후 허리에 통증을 느껴 경기에 계속 나서지 못했다.
결국 이정후가 MRI 검사를 받게 됐는데, 검사 결과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샌프란시스코도 한시름을 놨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전날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정후가 22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출전하길 희망한다. 하지만 부담은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MRI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정후의 미국 본토 개막전 출전 가능성도 다시 높아졌다. 샌프란시스코는 28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치른다.

사실 ‘디애슬레틱’이 이정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역설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전력의 ‘한계’를 꼬집은 것이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은 “뉴욕 양키스 같은 경우 게릿 콜을 잃었을 때도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대한 강력한 포부를 갖고 있다”며 “설령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MRI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왔더라도 포스트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 모드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포스트시즌 기회를 얻는다고 하면, (건강한) 이정후가 라인업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추가할 수 있었을지 생각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길을 원한다면, 그것은 곧 기대치가 높은 선수가 기대치를 다 채운다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정후가 지난해 시즌을 마감하는 순간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포스트시즌 경쟁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막 적응하기 시작한 그가 이탈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젠가 타워도 무너졌다”며 “만약 이정후의 검사 결과가 심각했다면 샌프란시스코는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문제가 없다는 소식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샌프란시스코의 한계 또한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