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 재추진 강행
재계가 원하는 반도체특별법은 여야 합의 불발
재계, 상법 개정 우려와 반도체법 필요성 전달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재계가 원하는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재계 내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는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재계는 이달 들어서도 각 법안에 대한 절실함을 전달하면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계와 거꾸로 가는 야권…“상법 개정 강행에 반도체법은 반대”
5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상법 개정안은 처리된 상태다. 민주당은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가 있었으나 처리를 강행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우 의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다가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달 다시 상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안이 불발된 이후 반드시 상법을 개정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 내에서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재계도 주주들의 권익 보호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법안 개정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해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상장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중소기업은 소송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소송 등에 대응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상장 중소기업의 경우 크지 않은 금액으로도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있고, 투자 위축 등으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상법 개정보다는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재계가 원하는 법안은 여야가 합의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재계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분야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바라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R&D가 필수이지만 현재 주 52시간 체제에서는 빠르게 원하는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반도체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빈번하게 실험이 이뤄지는 만큼 주 52시간 적용을 예외로 해 유연하게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재계의 의견을 반영한 반도체특별법을 제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주52시간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안 통과가 늦어지는 사이 중국, 일본, 대만 등 다른 국가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빠른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재계,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의견 전달
재계 내에서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물론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에서도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지난달에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경제단체는 국민의힘에서 개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당시 건의문에는 상법 개정안은 회사법 체계 훼손, 소송 남발, 기업의 경영권 위협 등 기업에 큰 혼란을 초래해 국가 경제는 밸류다운되고,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모두에서 돌아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달 5일에도 재계 맏형인 한경협에서 이재명 대표를 만나 의견을 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돼 온 기업가 정심을 되살려야 한다”며 “산업 불모지에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가 정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는 제도와 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상법 개정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달 2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명 대표가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예외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