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기를 촉구하자 미국 의회 주요 의원들이 반발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도 완전 폐기에는 반대 의견을 냈다.
5일(미국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은) 미국이 기술과 인공지능(AI)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의회가 반도체법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협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반도체법 제정 이후 다수의 기업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시작했고, 폐기 시 이러한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나온 입장이다.
현재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 반도체법 폐기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나 의석수 차이가 크지 않고, 상원 의석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력화에 필요한 60석에 못 미쳐 실제 폐기 강행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도 반도체법을 완전 폐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인디애나주가 지역구인 토드 영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뒤 백악관과 접촉해 반도체법 프로그램을 개선할 의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영 상원의원은 “난 행정부가 공급망 회복력과 국가 안보를 위한 이 구상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약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을 다른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면 난 그런 것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크라포 공화당 상원의원(아이다호)도 이날 반도체법 일부 개정에는 찬성하나 완전 폐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