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서점에 ‘글쓰기’로 검색하면, 정말 많은 책이 나옵니다.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도 너무 많고요. 그런데 저는 왜 굳이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은 글쓰기에 관한 많고 많은 글 중에 이 글을 굳이 왜 읽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올해로 18년 차 기자입니다. 13년 정도는 종이 신문과 온라인에 글을 썼고, 5년가량은 외부 필자 혹은 다른 기자의 글을 에디팅했습니다. 글을 고치는 건 할 만했어요. 그런데 정작 그 사람에게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면 좋겠다”고 피드백하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일을 할수록 고치는 것보다 피드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글 쓰는 역량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제 일도 주니까요.
피드백을 하려면, 글을 분석적으로 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글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제가 글쓰기를 단계별로 분절해 배운 게 아니라 통으로 익혔다는 걸요. 한글을 배울 때 자음과 모음을 따로 배우고 이 둘을 조합하는 게 아니라 통 글자로 익히는 사람이 있듯, 저 역시 글 쓰는 과정 전체를 통으로 체득한 겁니다. 도제식으로, 선배가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면서 배운 거죠. 난생처음 남의 글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다시 조립해 보면서 깨달았어요. 글을 쓰는 건 생각하는 과정이라는 걸 말입니다.
글을 쓴다는 건 ‘하고 싶은 말(생각)’이 있다는 겁니다. 내 생각을, 그 생각에 이른 과정을 누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선명하고 깔끔하게 정리한 게 글이죠. 제가 아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고요. 이건 저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글쓰기 생각쓰기』를 쓴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교육자 윌리엄 진서도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생각하는 행위”라고 말했죠. 글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문자를 통해 시각화해서, 이해하기 쉽게 만든 겁니다.
제가 글쓰기에 관해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고(思考)하는 과정이자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글쓰기를 들여다보려는 거죠. 여러분이 배워야 할 것도 이겁니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자기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해요.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브랜딩 하려는 목적을 가진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글쓰기 실력이 한 단계 발전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7주간 글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연습할 수 있도록 활동지도 드리고요. 7주 후 달라질 여러분을 기대하세요!
글쓰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 앞서, 글쓰기에 관한 오해를 좀 짚고 넘어갈까 해요. 이 오해를 풀고 나면, 글쓰기를 공부해야 할 이유가 보다 선명해질 겁니다. ‘무엇을(what)’이 아니라 ‘왜(why)’에서 시작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으니까요.
오해① 챗GPT 있으니, 글쓰기 안 해도 된다
“굳이 직접 써야 하나요?”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이해는 갑니다. 인공지능(AI) 시대잖아요. 특히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AI는 소위 거대언어모델(LLM)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죠. 글로 공부한 AI라, 글쓰기를 제일 잘합니다. 챗GPT를 이용해 블로그를 서너 개씩 운영한다거나 챗GPT한테 보도자료나 사과문을 쓰게 한다는 얘기, 다들 들여보셨을 겁니다. 아니, 여러분이 이미 일상에서 AI를 그렇게 사용하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AI한테 글을 쓰라고 지시하기만 하면 되죠. 이런 상황에서 굳이 직접 글을 써야 할까요?
제아무리 글쓰기가 사유, 그 자체라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은 AI도 할 수 있으니까요. 텍스트로 남겨진 거대한 지식을 학습한 LLM은 소위 추론이라는 걸 할 수 있거든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답변을 내놓는 과정이 추론이니 말입니다. 학습하지 않은 내용을 물어도, 알고 있는 것들 사이의 관계를 추론(생각)해 답을 내놓습니다. 소위 ‘할루시네이션’이라고 하는, 잘못된 대답을 내놓는 이유죠.
게다가 창의적 사고 측면에서도 이미 AI는 인간을 뛰어넘기 시작했습니다. 추론을 통해 답을 내놓을 때 무작위성을 더하도록 만들어, 데이터 사이에 관계가 없거나 아주 약한 답도 내놓을 수 있는 겁니다. AI가 이미 생각도 잘하고 창의적이기까지 한데, 생각을 더 잘하기 위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을 『듀얼 브레인』이란 책에서 찾았습니다. 펜실이베니아대학 와튼스쿨 부교수이자 2024년 ‘타임’이 선정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 이선 몰릭이 쓴 책인데요. 이 책의 원제는 『CO-INTELIGENCE(공동지능) 』입니다. 저자는 이제 인류는 자신이 가진 지능(뇌)과 AI의 지능을 함께 쓰며 살아가고, 일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AI를 잘만 활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고경력자와 저경력자 간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잘 써야 해요.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AI를 잘 쓰려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AI에게 복잡하고 창의적인 업무를 시키려면 더욱 그렇죠. 어떻게 일을 시키는지(이걸 우리는 ‘프롬프트’라고 합니다. 말로 업무를 지시하는 거죠)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내니까요. 다음의 두 프롬프트를 AI에 넣는다면, 그 답은 어떻게 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