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러라고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해안가에 자리한 초호화 리조트로 스페인어로 ‘바다에서 호수까지’라는 의미다. 1920년대 사교계 거물 인사의 저택으로 지어졌으며 1985년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해 회원제 리조트로 전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 경제정책의 상징적인 무대로 부상했다. 글로벌 기업 총수와 투자자들이 잇따라 이곳을 방문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거나 논의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뱅크의 1000억 달러 투자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12월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1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그(손 회장)는 대선 이후에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투자 유치를 과시했다. 손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도 마러라고를 찾아 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부동산 개발 업체 DAMAC의 후세인 사즈와니 회장이 마러라고를 방문해 최소 2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는 “투자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4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인 H20의 중국 수출제한 계획을 철회했는데 이 역시 직전 마러라고 만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러라고 만찬 이후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생산 인프라 구축 계획을 알렸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올 1월 “선거 이후 세계 10대 부자 중 6명의 전용기가 팜비치 국제공항에 착륙했다”며 “마러라고는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이자 우주의 중심으로 불리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