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1] 김호성-실재를 가상처럼, 가상을 실재처럼

2025-05-27

[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동양 철학의 오래된 화두 중 ‘호접지몽’이 있다. 흔히 ‘장자의 꿈’이라고 말한다.

언제인가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깨어나 보니 틀림없는 장주가 아닌가.

도대체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을까?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것일까?

장주와 나비에는 겉보기에 반드시 구별이 있기는 하지만

결코 절대적인 변화는 아니다.

이러한 변화를 만물의 변화라고 한다.

꿈과 현실에서 내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는 일은 예술의 오랜 주제였다. 몸은 현실에 있지만 생각은 꿈을 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꿈은 가상현실인 셈이다. 따라서 동서고금의 예술에서 꿈은 중요한 소재로 다뤄졌고, 많은 명작들로 탄생했다.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작품 중 우리에게 친숙한 것으로 조선 회화사 첫 장에 등장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떠오른다.

조선 초기 최고 화가로 불리는 안견은 후원자 안평대군으로부터 꿈꾼 내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3일 만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떤 꿈이었을까. 기록에 의하면 이렇다.

안평대군이 벗들과 어울려 복숭아꽃이 떠내려오는 물길을 거슬러 오르니 험한 산과 구릉이 이어졌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고산준령을 넘어서자 복숭아꽃이 만발한 아늑한 동네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사람이 없고, 빈 집과 빈 배만 있었다.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본 것이다.

그러면 안평대군이 꿈꿨던 무릉도원은 어디였을까. 세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형 수양대군(세조)과 대립하다 희생된 비운의 왕자. 풍류로 가렸던 정치적 야심이 그것은 아니었을까.

서양미술에서 꿈 자체를 예술적 주제로 삼은 것은 초현실주의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의 세상을 꿈의 다양한 가상현실로 풀어내 현대미술의 영토를 넓혔다.

김호성 작가는 사진 작업으로 가상현실의 의미와 현실을 접목한다. 그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상현실로 이루어진 인터넷 세상이다. 무궁무진한 이미지로 가득 찬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도에 맞는 이미지를 채집하고 재해석한다.

21세기 새로운 예술 표현 언어로 각광받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조립하기도 한다. 가상현실에 실제적 현실감을 불어넣는 작업인데, 스트리트 뷰의 현실 같지만 가상 이미지들이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의 실제 거리 이미지에서 인물을 채취해 불분명하게 보이는 이미지로 재탄생시킨다.

이를 통해 실제 현실은 가상처럼, 가상현실은 실제처럼 표현한다. ‘장자의 꿈’을 이 시대 인터넷 언어로 표현하는 개념적 성격의 작업인 셈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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