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판매한 ‘티켓 구매권(RTB·Right To Buy)’ 토큰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수백~수천 달러를 지불하고도 실제 경기 티켓은 따로 구매해야 하는 구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 팬들이 “사기당했다”, “기만당했다”며 FIFA를 비판하고 있다고 디애슬레틱이 12일 전했다.
FIFA는 블록체인 파트너사 모덱스와 함께 지난 1년간 ‘FIFA Collect’라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티켓 구매권’ 수만개를 판매했다. 티켓 구매권은 구매자가 향후 실제 월드컵 티켓을 ‘추가 비용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토큰이다. FIFA Collect는 “RTB 보유는 티켓 비용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팬들은 이를 “티켓 우선 구매권” 혹은 “추첨 없이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식했다.
문제는 최근 FIFA가 RTB 보유자에게 제공할 티켓 대부분이 가장 비싼 카테고리 1(약 2735달러) 혹은 카테고리 2(약 1940달러)로 구성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RTB 구매자 중 일부는 “카테고리 3이나 4, 즉 더 저렴한 좌석을 선택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RTB 구매자 존 히스는 “처음엔 다양한 가격대 티켓이 제공된다고 안내받았다”며 “결국 비싼 좌석만 선택할 수 있다면 RTB를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FIFA는 RTB 보유자에게 제공될 티켓 70%를 카테고리 1, 28%를 카테고리 2로 배정했고, 카테고리 3은 2%, 카테고리 4는 ‘0%’였다. 팬들은 “애초에 이런 비율을 공개했다면 RTB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만이 폭발하자, 팬들은 FIFA Collect의 2차 거래시장에서 RTB를 급히 되팔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익을 내며 거래되던 RTB는 발표 직후 가격이 폭락, 일부 토큰은 구매가 이하로 떨어졌다. 한 이용자는 “시장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 완전히 폭락 중”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지역 경기를 위해 RTB 여러 개를 구매한 웨스턴 빈포드는 “지금은 그저 ‘바보가 된 기분’뿐”이라고 털어놨다.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FIFA Collect 운영진은 “티켓 가격은 FIFA 티켓팅 부서가 정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한 운영진은 “카테고리 4 티켓 자체가 극히 적고, FIFA가 우리에게 할당한 비율에 따라 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FIFA는 팬들의 불만에 대해 “티켓 카테고리 배분은 경기장 규모와 수요에 따라 조정된다”며 “팬들의 열정과 피드백을 존중하며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 평가 중”이라고만 밝혔다. 티켓 가격과 배분 비율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상업·재정 전략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답했다.
FIFA Collect는 오는 11월 RTB를 ‘디지털 티켓 NFT’로 전환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NFT는 2026년 5~6월 실제 티켓으로 바뀐다. 하지만 팬들은 “언제, 어떤 좌석을, 얼마에 받을 수 있을지조차 여전히 알 수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이용자는 FIFA Collect 운영진이 디스코드에서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던 발언을 떠올리며 “이 상황에서 만족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FIFA는 RTB와 NFT 티켓 시스템을 ‘팬 중심의 디지털 혁신’이라 홍보해왔다. 그러나 팬들은 이제 “우리를 대상으로 한 거대한 실험이었을 뿐”이라고 반발한다. FIFA 관계자는 “RTB를 통한 수익은 축구 발전과 사회 공헌에 재투자된다”고 주장했지만, 팬들은 “그 명분 아래에서 소비자가 보호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디애슬레틱은 “결국 ‘팬 경험 개선’을 내세운 FIFA의 디지털 실험은 수많은 팬에게 ‘비싼 교훈’만 남겼다”며 “지금 FIFA는 혁신이 아닌 불신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