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삶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꿈꿉니다. 그러나 후회 없는 삶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이미 지나버린 일, 엎질러버린 물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합니다. 후회는 지난 일에 대해 ‘다르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고통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렇기에 후회라는 감정에 휩싸일 때는 마치 도돌이표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이 멈춰지지 않습니다.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시험 전에 놀지 말고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 ‘사랑한다고 고백할 것을’ ‘쓰지도 않을 이 물건은 구입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등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후회를 합니다.

후회는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만듭니다. 막상 후회라는 감정이 들게 되면 자신이 참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꿈꿉니다. 후회가 없다면 인생에서 발전은 없을 겁니다. 잘못과 실수 앞에서 후회하고 뉘우침을 통해 우리의 삶은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문제는 실천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과잉 후회’나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잘못 앞에 후회조차 하지 못하는 ‘후회 결핍’입니다. 후회 없는 삶이란 완벽한 삶에 대한 동경과 같은 의미인데, 이는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후회를 피하려 하는 우리의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후회를 하고 살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삶의 역설입니다.

사실 후회는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후회는 자기 행동과 선택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입니다. 주어진 일,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저 타인과 환경을 비난하고 원망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적절하게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성숙하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후회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회하는 동물을 인간 외에 또 본 적이 있는지요. 후회는 가장 고차원적이고 가장 진화된 감정입니다. 후회라는 감정은 우리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고, 전략과 행동을 수정하게끔 도와주며, 아직 남아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후회라는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후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회 없는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세요. 후회는 결코 쓸모없는 감정이 아닙니다. 삶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후회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살면서 후회를 피할 수도 없고 피할 필요도 없음을 겸허히 받아들이세요.

후회는 ‘자책감’과 ‘뉘우침’으로 이어집니다. 자책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고, 뉘우친다는 것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는 당연히 행동의 변화와 삶의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가능케 하는 것이 후회의 본래 기능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후회가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짜 후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짜 후회는 후회의 본래 기능에서 이탈해 자책감에만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과거의 잘못에만 집착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즉, 가짜 후회란 뉘우침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태도와 행동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후회를 말합니다. 그에 비해 진짜 후회란 뉘우침을 통해 후회를 초래한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짜 후회와 진짜 후회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유일한 방법은 후회 이후의 삶을 살펴봄으로써만 가능합니다.

후회 없이 살려고 하지 말고 있는 힘껏 후회하도록 하세요. 다만 후회는 깊고 짧게 하세요. ‘하지 않는 일’에 대한 후회 대신 ‘한 일’에 대해 더 깊이 후회하세요.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만 빠져 있지 말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과 반응을 조금씩 바꿔나가도록 해보세요. 그것이 바로 진짜 후회입니다.

서정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