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층은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누락이나 중복 처방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본가에 내려갔다면 30분만 투자해 부모님 약 복용 상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본가에 방문한 자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집에 있는 약을 한데 모으는 것이고 3일 밝혔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약뿐 아니라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 약 봉투나 약통을 앞뒤로 사진 찍어두면 성분과 용량, 복용법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어 의료진 상담 시에도 유용하다. 실제 약사들은 “오메가3, 비타민D처럼 제형은 달라도 동일 성분이 중복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서비스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이용하면 최근 1년간 투약 내역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모님이 사전에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해두면 자녀가 대신 접속해 확인할 수 있어 매번 본인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복용 이력을 살펴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운영하는 ‘나의건강기록(마이헬스웨이)’ 앱 역시 유용하다. 이 앱은 진료와 투약·검진·예방접종 정보를 통합해 보여주고 복약 알림 기능을 통해 약 복용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약물 간 상호작용이다. 진통소염제와 항응고제를 동시에 복용하면 위장 출혈 위험이 커지고, 수면제와 항콜린성 약물은 어지럼증과 낙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가족이 직접 위험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약 봉투와 앱 조회 결과를 약국이나 주치의에게 보여주고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다제약물 관리 사업’에 참여하면 약사가 가정을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통해 중복·부적절한 약을 조정해 주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한꺼번에 10종 이상의 약을 먹는 만성질환자가 170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그만큼 연휴에 자녀가 본가를 찾았을 때 부모님 약 복용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지킴이가 되는 셈이다. 명절에 무엇을 선물할지 고민하기보다 부모님의 약장을 들여다보고 복용 상황을 점검해 드리는 작은 정성이 더 큰 효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