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상차림 준비가 한창인 주방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며 각종 찜과 탕을 올리다 보면 도마, 국자, 뒤집개, 집게 같은 기본 조리 도구가 쉴 틈 없이 오간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일부 플라스틱 조리도구(특히 검은색 제품)에서는 난연제나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이 열에 의해 음식에 스며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오랜만에 둘러앉아 온 가족이 함께할 음식을 생각한다면, 식재료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이 바로 조리 도구의 안전성이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도구의 안전한 대안으로 스테인리스, 나무, 대나무 재질을 권한다.
스테인리스는 식당 주방에서도 널리 쓰이는 만큼 강도가 높고 고온에도 변형되지 않으며, 음식과 반응하지 않는 비활성 재질이라 국자, 집게, 휘핑기 등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관리도 간편해 식기세척기에 넣어도 문제없다. 단, 세라믹 냄비나 논스틱 프라이팬과 함께 쓸 경우 코팅이 벗겨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나무 조리도구는 전이나 볶음 요리에 적합하다. 나무 주걱이나 국자는 냄비 표면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잡는 맛이 편안해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됐다. 특히 티크우드나 참나무 재질은 내구성이 높아 오래 쓸 수 있으며, 색이 진해질수록 고급스러운 멋도 난다. 다만 나무 도구는 식기세척기보다는 손 세척 후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야 곰팡이를 막을 수 있고, 일정 기간마다 올리브유나 전용 오일을 발라주면 갈라짐을 예방할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도구는 가볍고 건조가 빠르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교체가 쉽다. 송편을 찔 때 쓰는 집게나 채소를 볶을 때 쓰는 주걱 등으로 활용하기 좋다. 환경친화적인 재질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대나무는 장시간 물에 담가두면 휘거나 갈라질 수 있으므로 사용 후 바로 닦아 말리는 습관이 필요하다.

실리콘은 상대적으로 열에 강하고 코팅 팬에도 안전해 최근 인기가 높다. 다만 공기 중 화학물질을 흡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실온 보관 시에도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세척하고, 수명이 다한 제품은 바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제품 관리법도 중요하다. 스테인리스는 사용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얼룩이나 녹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나무·대나무 도구는 열풍건조기를 피하고 자연 건조를 권한다. 오래 쓰면서 표면이 거칠어지면 가볍게 사포질을 한 뒤 식용유를 발라 다시 쓸 수 있다. 실리콘 제품은 세제를 이용해 깨끗이 닦되, 고온 식기세척기에 반복 노출될 경우 변형이 생길 수 있어 미지근한 물 세척이 더 적합하다.
추석 상차림에는 고온 조리가 많은 만큼, 오래 쓰다 끝이 녹거나 긁힌 플라스틱 뒤집개나 국자는 과감히 교체하는 것이 가족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올해 명절에는 나무 주걱, 스테인리스 뒤집개, 대나무 집게처럼 안전한 조리도구로 주방을 새롭게 준비해보자. 손맛이 담긴 음식을 더 건강하고 안심할 수 있게 차려내는 것이 곧 정성과 배려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