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 철자로 뭘까요? DUCK 정답입니다!”
영어 철자를 맞춰 우승자를 가리는 제25회 퍼트남 카운티 스펠링 비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영어 철자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저마다 다른 개성으로 단어를 외우며 정확한 단어를 맞추려 애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영어 단어는 어려워지고 탈락자가 속출한다. 과연 스펠링 비 대회의 우승자는 누가 될까?
6일 경기아트소극장에서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 동서울대학교의 ‘스펠링 비’가 공연됐다. 경기문화재단이 올해부터 시행한 ‘2024 처음예술 난장-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 본선’ 공연이다. 도내 11개 대학 13개 팀 중 예선을 통과한 5개 대학(팀)이 본선을 펼치는 대회다.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은 경기도 소재 공연예술 관련 전공 대학생 및 청년, 예비 예술인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도형 청년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작년 6월 (사)한국뮤지컬협회와 이번 행사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기도내 11개 대학에서 13팀, 총 4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예선에 참가해 동서울대학교, 예원예술대학교, 단국대학교, 대진대학교, 한세대학교 총 5개 대학(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날 동서울대학교가 펼친 ‘스펠링 비’는 라이센스를 취득해 진행한 작품으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제임스 라핀(James Lapine)이 연출했다. 배링턴 스테이지 컴퍼니 워크숍의 제25회 퍼트남 카운티 스펠링 비(The 25th Annual Putnam county SPELING BEE)는 마이클 바라카바(Michael Barakava)와 레베카 펠드만(Rebecca Feldman)이 공동연출 했으며, 이번 작품은 김늘봄 지도교수 아래 박수영(22학번) 학생이 연출했다.
극은 제25회 퍼트남 카운티 스펠링 비 대회에 참가한 6명의 참가자가 대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상처를 꺼내고 보듬어 성장하는 이야기다. 정답을 맞히기에 급급했던 초반과 달리 참가자들끼리 대화하고 협력하며 관계를 맺는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다.
가령 ‘칩 토렌티노’는 보이스카우트 단원이지만 정확성이 부족하고 ‘마시 박’은 똑 부러지지만 중요한 순간에 철자를 틀리고 만다. ‘로게인 슈왈지'는 두 명의 게이 아빠가 있으며 ‘올리브 오스트로프스키’는 인도인 엄마와 갈등 중이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참가자들은 대회를 거듭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10여 명의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22개의 넘버를 열창하며 자신들의 매력을 뽐낸다. 쾌활하거나 수줍거나 당차거나 발랄한 주인공들은 개성에 맞는 의상과 분장으로 대사와 노래를 소화한다. 개성이 잘 드러나는 캐릭터들에 극은 지루할 틈이 없다.
또 ‘10분 휴식시간’을 외치며 객석으로 뛰어드는 배우의 노련함은 극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사탕을 나눠주며 부르는 노래는 재기발랄하며 20대 청춘을 담고 있어 패기가 넘친다.
공연은 순수하게 학생들이 만들어간다. 학생들은 연출과 연기, 음악과 안무, 무대 제작과 세팅은 물론 소소한 부분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내 대학생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땀방울을 흘리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에 객석은 웃음이 가득했다. 솔로나 듀엣 곡을 부를 때는 사뭇 진지하다가도 책상을 회전시키며 군무를 추는 장면에서는 젊음이 물씬 느껴졌다.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연기와 시대상을 반영한 대사들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스펠링 비’에 ‘올리브 오스트로프스키’역으로 출연한 김단아(22) 학생은 “2학기부터 공연을 준비했고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서 2주 밖에 연습을 못했지만 학교 선후배들과 같이 작품을 하게 돼 그 시간 동안 저희끼리 돈독해지는 시간이었고 서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펠링 비’를 연출한 박수영(22) 학생연출은 “인물이 각자 스토리를 갖고 있는데 1등을 목적으로 나온 친구들이 대회가 진행되면서 관계를 쌓으며 1등보다 더 중요한 걸 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밝혔다.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을 주최한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 사업의 중요한 점은 경기도에 있는 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예술 창작 기회를 넓히는 것과 대학생이 중심이 돼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라면서 “학생들이 성장해서 경기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걸 통해서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