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애플의 망한 제품들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실 애플 대단한 회사죠. 현대의 스마트폰 개념을 제사한 회사고요. 지금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죠. 그러나 애플에게도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첫번째, 애플 컬렉션. 여러분, 애플이 옷을 만든 적이 있는 걸 아십니까. 1980년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애플은 전형적인 망삘의 회사로 변해 있었는데요. 이것저것 손댔다가 줄줄이 망하고, 제품군 수를 늘리는 잘 안 되는 문어발식 회사가 됐었죠. 애플 컬렉션이 딱 그 시점을 대변하는 제품입니다.
보시면 애플 로고를 완전 크게 넣은 의류를 선보였죠. 이 제품이 유행이랑 무관했던 건 아니에요. 당시 유행하던 스포츠 캐주얼 의류 유행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삼성 글자가 완전 크게 박힌 의류, 입고 싶으세요? 삼성 직원 같잖아요. 그래서 망했습니다.
사실 의상은 지금 기준으로는 굉장히 힙한 느낌이 있죠. 아직 레트로가 유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입으면 굉장히 힙할 겁니다. 저도 사실 이베이에서 애플 컬렉션 모자를 구매하려고 한 적이 있는데요. 판매자가 돈만 먹고 모자를 안 보내줬습니다. 나쁜 새(삑). 어쨌든 그때 기준으로는 그렇게 혁신적인 옷은 아니었고 그래서 망했죠.
다음 제품. 애플 피핀.
1990년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린 애플은 게임기를 출시합니다. 이때 플레이스테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한 시점이거든요. 애플도 뭔가 해보자 싶었는지 게임기를 출시합니다. 외관은 그때 애플 PC들이랑 비슷하고요. 이름은 애플답게 사과 품종으로 지었죠.
이 제품은 사실 애플이 직접 만든 제품은 아닙니다. 현재는 애플이 ODM을 하고 있지 않지만 과거에는 했어요. ODM은 하청업체가 제품을 만드는 걸 말하는데요. 가전 상당수가 중국 제품을 그대로 택갈이해서 파는 경우가 많죠. 그 정도까진 아닌데 피핀 역시 애플이 만든 건 아닙니다. 당시 파워맥이라는 애플 주력 PC가 있었는데요. 이걸 웅용해서 게임기로 만든 게 피핀입니다. 디자인은 반다이가 했고요. 생산은 미츠비시가 했죠. 문제는 두가지였는데, 당시 플스는 299달러였습니다. 그런데 피핀은 600달러였어요. 너무 비싸죠. 그리고 게임 타이틀도 당연히 플스보다 부족했고요. 가장 큰 문제, 게임을 파워맥에서 돌릴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죠. 파워맥을 사용해서 만든 제품이니까. 그러니까 사용자들은 게임기를 굳이 살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그 결과, 폭망했습니다.
세번쩨, 파워맥 G4 큐브.
사실 이 제품은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이후에 나온 제품이에요. 이때 애플은 플라스틱 컬러의 아이맥으로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을 때였죠. 조니 아이브가 디자인을 담당한 이후에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을 쓰면서 많은 사랑을 받을 땝니다.
이때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많은 혁신적인 시도를 했는데요. CD 롬을 슬롯 형태로 디자인하거나 다양한 투명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거나 했었죠. 그런데 이렇게 미학적인 추구가 가끔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파워맥 G4 큐브가 그 대표적인 예예요.
사실 이 PC는 정말 예쁩니다. 데스크톱 역사상 가장 예쁜 제품이라고 보는데요. 뉴욕 현대 미술관, 모마에 전시된 걸로도 유명하죠. 문제는, 스티브 잡스가 그 예쁜 모습을 위해서 쿨링 팬을 빼버렸다는 겁니다. 당시 프로세서인 PowePC칩은 클럭속도가 높고 그래서 발열도 심한 제룸이었는데요. 잡스가 냉각팬을 빼버리면서 발열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시면 딱히 방열이 되는 구조도 아니죠. 그래서 이 제품은 그 예쁜 플라스틱이 쩍쩍 갈라지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이때 이 말이 처음 등장했는데요. 예쁜 쓰레기. 가격도 1만6000달러에 달했기 때문에 당연히 망했습니다.
그다음, 애플 매킨토시 포터블.
사실 이 제품은 망했다고 보기 애매할 수도 있죠. 현대 노트북의 원형을 제시한 제품입니다. 보시면 뭔가 프린터같이 생기기도 했고, 닌텐도 DS 같은 느낌이 들죠. 생긴 건 굉장히 직관적이라서 어디가 화면이고 어디가 본체고, 마우스는 어떻고 이런 건 다 아실 수 있죠. 화면도 꽤 괜찮은데 당시로서는 고화질인 640×480 화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휴대용 제품인데 무게가 7kg이었어요. 지금 아이맥이 4.5kg이 안 되거든요. 아이맥보다 노트북이 무거운 겁니다. 그리고 사용 시간이 두시간밖에 안 됐어요.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가격이 절반밖에 안 되는 매킨토시를 들고 다니는 게 차라리 낫겠다-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결과는, 망했죠,
자, 마지막 제품입니다. 비전 프로. 아직 안 망했지만 곧 망합니다.
애플이 작년에 야심 차게 출시했던 MR 기기, 비전 프로가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애플은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넥스트 컴퓨팅으로 비전 프로를 제시했죠. 그런데 올해 30~40만대, 최고 50만대까지 팔릴 것으로 예상한 비전 프로가 2분기까지 17만대밖에 안 팔렸다고 IDC는 전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비전 프로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컴퓨팅, 그냥 맥으로 하면 되죠. 맥이 훨씬 쌉니다. 게임? 메타 퀘스트 전용 게임이 훨씬 많습니다. 특별히 비전 프로가 더 좋을 것도 없어요. 비전 프로는 3500달러, 퀘스트는 500달러입니다. 7배가 차이가 나죠. 그런데 컴퓨팅, 손 인식, 메타버스 이런 거 퀘스트에서 다 됩니다. 그럼 비전 프로, 왜 쓰죠? 제가 장담하는데 애플 직원들도 안 쓸 겁니다.
비전 프로 자체는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애플이 2000달러짜리 저렴이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2000달러, 저렴한가요? 비싸다고 엄청 욕을 먹는 플스 5 프로보다도 비쌉니다. 아마 비전 프로가 사용자에게 깊숙히 다가오려면 적어도 퀘스트 비슷한 500~600달러까지 내려와야 가능할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유튜버들이 비전 프로를 쓰는 것밖에 못 보겠죠. 그렇게 안 하면, 확실히 망할 겁니다.
사실 제품이 망하는 건 무조건 욕할 건 아니에요. 혁신 제품을 만들다 보면 가끔 망하기도 하죠. 구글은 정말 많은 서비스를 말아먹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최고의 회사잖아요. 기업들이 망하더라도 이런 혁신적인, 가끔 긱한 제품들 계속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자, 반응 좋으면 구글, 삼성 이런 회사들 망한 제품들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