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디테일을 입는다, LG·다저스 ‘가을야구의 법칙’

2025-11-05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

10회 - 가을야구는 디테일의 ‘끝판왕’

여기 칠판이 하나 있다.

지난달 1일 시작된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을 시작으로 한국,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 가을야구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경기 수는 한국 16경기, 미국 46경기, 일본 18경기. 합치면 꼭 80경기다. 그 80경기는 정규시즌 경기에 비해 한순간, 한순간이 절실하고 밀도가 높다. 야구의 진수다. 그리고 대미(大尾)를 장식한 MLB 월드시리즈 7차전이 연장전까지 가면서 그 대미는 백미(白眉)가 됐다.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연장 11회 승부는 세 나라 마지막 가을야구 경기로서 마치 야구팬의 곁을 떠나기 아쉬워 야구의 신(神)이 만들어준 선물 같았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아는 것

KBO리그 우승팀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디테일 찬양론자’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뒤 소감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 3년 동안 선수단에 강조한 부분, LG에 입히고 싶은 팀 컬러는 디테일과 까다로움이다. 어느 팀이랑 하든 LG랑 하면 힘들다는 이미지를 3년 동안 심어준 것 같다.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느낀 건, (그 디테일이) 많이 단단해졌다는 거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디테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은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보다 ‘작은 부분을 더 정교하게 하는’ 야구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야구공을 손에 쥐어 보면 그것은 생각보다 작다. 그 크지 않은 공을 원형으로 생긴 나무 방망이를 휘둘러 맞히는 타격은 아주 작은 부분의 차이에서 잘 맞은 타구와 빗맞은 타구를 만들고, 그 결과 역시 1루까지 한 걸음도 되지 않는 작은 차이에서 아웃과 세이프로 갈라진다. 그렇다면 그 ‘작은 부분에서의 아주 작은 차이를 누가 우월하게 만드는가’에서 승부가 갈라진다는 의미다. 하물며 챔피언을 놓고 다투는 정상급 팀들의 가을야구는 더 심하게 쪼개고 쪼개야 그 차이가 난다.

LG의 디테일(Detail)

LG 박동원은 이번 시리즈의 고비가 된 4차전 9회초 1-4로 뒤진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의 김서현은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흔들리고 있었다. 초구, 2구째 모두 볼이었고 3구째는 한복판 스트라이크였다. 박동원은 그 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4구째, 사인 교환이 이뤄지는 장면에서 김서현이 글러브를 귀 쪽으로 갖다 댔다. 열기가 달아오른 구장에서 포수의 시그널을 정확히 듣기 위해서였다. 김서현은 귀를 대자마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인 것은 그 상황에서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구종에 확신을 주는 행동이었다. 그 공은 직구였고 또 한 번 한복판에 몰렸다. 모두가 아는 결과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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