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주국’ 영국 축구 감독들, 왜 존재감 없을까

2024-12-29

축구 종주국으로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영국에는 왜 뛰어난 지도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일까.

영국 매체 BBC는 29일 ‘영국 축구 감독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쓴 기사에서 영국 지도자들의 현황, 다른 리그와의 비교, 최근 감독 숫자가 급감한 이유 등을 설명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는 숀 다이치(에버튼), 에디 하우(뉴캐슬) 등 잉글랜드 감독 또는 감독 대행이 두 명뿐이다.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소다. 잉글랜드 감독 수가 가장 적은 시즌은 2011~2012, 2012~2013, 2023~2024시즌 6명이다.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인 1992~1993시즌에는 한 명 빼고 모두 영국인 감독이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20개팀에는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미켈 아르테나(아스널) 등 스페인 출신 감독이 5명, 루벤 아모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 4명이다. 아르네 슬롯(리버풀), 루드 반 니스텔루이(레스터 시티) 등 네덜란드 출신이 2명이다.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호주 국적 지도자도 한명씩 있다.

프리미어리그보다 아래 리그 영국풋볼리그(EFL)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애플턴 감독은 “EFL 감독 중 약 60%는 잉글랜드 출신”이라며 “이들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기 위해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리그에 남기 위한 싸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플턴 감독은 “영국 지도자들은 영국 하부리그에서 잘하기보다는 외국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게 프리미어리그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동 중인 몇 몇 안 되는 잉글랜드 지도자는 리암 로제니어 감독(스트라스부르), 벨기에 태생 윌 스틸 감독(랑스)이다. 애플턴 감독은 “영국 지도자가 외국리그로 가는 것은 양날의 검”이라며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면 기회를 얻기 어렵다.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도전하려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자국 감독 비율은 10%. 이는 다른 유럽 주요 리그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다. 이탈리아 세리에 A 감독 20명 중 16명(80%)이 이탈리아인이다. 스페인 라리가에서는 20명 중 14명(70%)이 스페인 사람이다. 프랑스 리그1,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18팀 중 9팀(50%)이 자국 감독을 고용하고 있다.

세리에 A에서 1992년 이후 비이탈리아인 감독이 우승한 경우는 두 차례뿐이다. 인터밀란을 이끈 조제 무리뉴(포르투갈), 라치오를 지도한 스벤 예란 에릭손(영국)이다. 분데스리가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24차례 리그 우승을 독일 출신 감독이 이뤄냈다. 리그1에서는 프랑스인 감독이 23차례 우승했다. 라리가에서는 지난 32차례 리그 우승 중 14번이 스페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1992~1993시즌 출범 이래 잉글랜드 감독이 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잉글랜드 대표팀도 외국 지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잉글랜드는 2001년 잉글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이후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가 부임한 적이 있고 지금 사령탑도 독일 출신 토마스 투헬이다. 독일은 외국인 감독을 고용한 적이 없다. 아르헨티나는 1934년 이후, 브라질은 1965년 이후 단 한번도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지 않았다. 프랑스도 1975년 이후 외국인 감독을 고용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1966년 딱 한번 외국인 감독을 썼다. 스페인 대표팀에는 복수 국적자 지도자는 있었지만 순수한 외국인 감독은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많아 잉글랜드 지도자들이 인기가 없는 것일까.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선수 중 33%만이 잉글랜드 출신이다. 세리에 A에서 이탈리아 선수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리그1에서 프랑스 선수는 37%, 분데스리가에서 독일 선수는 43%다. 라리가에서 뛰는 스페인 선수는 60%로 가장 높다. BBC는 “프리미어리그 국적별 선수 구성이 국적별 감독 구성만큼이나 특이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외국인이 소유한 경우가 많다. 20개 팀 중 잉글랜드인이 소유한 팀은 5개뿐이다. 나머지는 주로 미국인 소유다. 자국인이 클럽을 소유한 팀은 리그1에서는 18개 팀 중 6개, 라리가에서는 20개 팀 중 15개, 세리에 A에서는 20개 팀 중 10개다. 분데스리가는 ‘50+1’ 규정에 따라 모든 팀이 독일 소유이지만 일부는 외국 회사가 간접적으로 운영한다. BBC는 “많은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외국인 구단주 소유”라며 “과거처럼 지역 사업가들이 구단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구단주와 관계가 좋은 외국인 에이전트를 통해 외국 지도자가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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