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떠안고 미등록으로 내몰리는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차별 대우 중단하고 고용 기간 보장해야"

2025-05-07

[울산저널]이종호 기자= 6일 화목 토론에서는 김형균 울산저널 대표가 '울산지역 이주노동자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2020년 유엔 경제사회국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77억 인구 중 3.6%인 약 2억8000만 명이 이주민이다. 2020년 12월 기준 재외동포 732만 명인 한국은 이주민을 '송출'하는 나라에서 2025년 3월 말 기준 이주민 272만 명이 '유입'된 국가가 됐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1987년 이후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이른바 3D 업종에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관광비자로 들어온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비합법적으로 고용하고 정부가 이를 묵인하면서부터다. 1991년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제도에 이어 1993년 중소기업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정부는 2007년부터 산업연수생제도를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했다.

중국,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미얀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라오스, 카르기즈, 동티모르, 타지키스탄 등 아시아 17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온다.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현재 체류이주민은 장기체류 206만686명(75.7%), 단기체류 66만1422명(24.3%)으로 272만2108명이다. 미등록 이주민은 38만8412명이다. 등록 이주민 150만7510명 중 2만8174명이 울산에 있다. 동구가 9766명으로 가장 많고 울주군 8963명, 남구 4630명, 북구 2969명, 중구 1846명 순이다.

고용허가제 아래서 사업주는 자유롭게 이주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사업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23년 10월부터 권역별 지역 이동을 할 수 없고, 특히 조선업은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없게 됐다.

고용허가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개선을 요구해왔다. 2014년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차별에서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유엔도 잇따라 한국이 고용허가제와 여타 법령을 개정해 이주노동자의 가족 결합을 쉽게 하고, 사업장 변경을 못하게 하는 제한을 없애며, 체류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을 연장하고 다른 비자 종류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2023~2027년)은 2023년 12만 명, 2024년 16만5000명 등 E-9(비전문취업) 이주노동자를 역대 최대 규모로 도입하고, E-9 비숙련 인력을 E-7(특정활동) 숙련 인력으로 대거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89곳의 인구소멸지역에 지역특화형 비자를 도입하고 이민청 설립과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계획도 들어 있다.

2022년 4월 정부는 E-7 비자 지침을 개정해 업체당 내국인 노동자의 20%까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대신 현지 송출업체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도입할 수 있도록 용접공 도입 절차도 간소화했다. 총 600명이었던 조선 용접공 쿼터제는 2022년 국민고용인원의 20%로, 2023년부터는 30%로 확대됐다.

정부는 조선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능자격과 2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면제하거나 전년도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2022년 월 270만 원), 70% 이상(2023년 월 256만 원)으로 정했던 임금 수준을 도입 3년 차까지 연 2500만 원 이상(2024년 기준 월 208만 원)으로 최저임금 수준까지 '완화'했다.

울산시는 우즈베키스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현지 직업훈련센터를 운영해 E-7-3 조선업 분야 3개 직종(조선용접공, 선박전기원, 선박도장공)의 이주노동자를 데려오는 광역형 비자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올해 3월부터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보온, 사상, 발판, 도장, 전기 등 5개 직종별로 3개월 맞춤형 훈련을 수료한 E-9 인력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협력업체에 취업시키는 사업이다.

조선소 E-7 이주노동자 도입이 대폭 확대되면서 2024년 2월 기준 울산 동구는 16명 중 1명(5.8%)이 이주민일 정도로 이주노동자가 급증했다. 2021년 기준 총인구 대비 노인인구 증가배율이 5.08로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도시인 동구는 '다문화 도시'로 변모했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울산 동구 이주노동자들의 세부 구성을 살펴보면 기술연수(D-3) 162명, 비전문취업(E-9) 2297명, 전문인력(E-7-1) 160명, 준전문인력(E-7-2) 16명, 일반기능인력(E-7-3) 3289명, 숙련기능인력(E-7-4) 127명, 구직활동(D-10) 82명이다.

가장 많은 E-7-3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은 막대한 송출비(스리랑카 1만 달러, 베트남 8000~1만6000달러)를 부담하고 입국했다. 김형균 대표는 "현장에서는 E-7-3(기능인력)과 E-9(비전문취업) 비자 유형과 관계없이 운용되고 있다"며 "사실상 최저임금에 1년, 6개월, 3개월 등 초단기계약으로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사업장(근무처) 변경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1년 이내에 사회통합프로그램 1단계를 이수해야 하는 것도 "한국어 교육이 아니라 한국어 고문"이라고 할 정도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고역이다. 김 대표는 "E-7-3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이 빚을 떠안고 미등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브로커들이 판치는 음성적 산업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생활지원비, 주택공제 등으로 통상임금의 20%가 급여에서 공제되고, 사내식당 밥값도 점심은 의무 공제, 아침과 저녁은 먹는 만큼 공제되는 등 차별대우도 거론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HD현대중공업 직고용 이주노동자에 대한 계약 만료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이후 협력업체를 통해 E-7-3 이주노동자를 운용하고, 직고용 이주노동자는 순차적으로 축소하거나 없앨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계약 만료자라도 HD현대중공업 동반성장지원부로부터 '문제없는 사람'이라는 추가 확인서가 필수"라며 "확인서를 못 받으면 미등록이 된다"고 짚었다. 또 "계약 만료 이주노동자는 어렵게 구직 비자로 전환하지만 구직 기간 동안에 허가되지 않은 비공식 노동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6개월 뒤 미등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김형균 대표는 E-7-3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정 고용 기간을 보장하고, 계약 만료 E-7-3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과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임금과 차별대우를 중단하고 근무처와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이주노동자 도입과 관리 감독을 고용노동부로 일원화하고 조선소 이주노동자 도입을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 송입과 송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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