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에서 혐중·반미 시위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7일 기준 경주에서 17건의 집회가 신고됐다. 혐중 시위대는 오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극우 단체는 “차이나 아웃”을 외치고 있다. 진보 세력은 어제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대미 투자 요구에 항의하며 경주 시내에서 규탄 집회를 갖고 경찰과 대치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에이펙 정상회의 현장이 혐중·반미 시위로 얼룩지는 사태는 우려스럽다.
에이펙은 K브랜드 가치를 부각할 아태 지역 최대 규모 다자 외교 행사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장차관급 대표단, 기자단 등 2만여명이 경주를 찾는다. 글로벌 기업인 1700명이 참석하는 ‘에이펙 CEO 서밋’이 창출할 경제 효과는 7조4000억원에 2만2000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대한상의는 분석했다. 에이펙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한·중, 한·일, 미·중 정상회담은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핵심 이익이 걸린 미국과 중국을 무작정 매도하면서 뭘 얻겠다는 건가.
에이펙과 같은 다자 외교 무대의 바깥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곤 한다. 헌법이 보장한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만 특정 국가를 겨냥한 혐오 시위는 국익을 훼손하고 국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국내의 중국 혐오 정서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서울 성동구에서는 한 카페가 인스타그램 소개 글에 ‘우리는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적어 인종차별 논란을 야기했다. 온라인에서는 “무비자 입국 중국인이 아이들의 장기를 적출해간다”는 등의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가짜 뉴스들이 넘쳐난다. 극우 단체는 도심 집회에서 “장기 적출 조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런 혐중·반미 정서가 확산하는 데는 지지층에 편승해온 정치권의 책임도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고, 중국인의 한국 내 부동산 구매와 의료 행위 등을 제한하는 편파적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를 거칠게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지층의 박수를 받으며 반미 투사처럼 행동하고 있다. 정파적 소리(小利)에 눈이 먼 정치권은 절제해야 한다. 시위대는 에이펙 기간만이라도 혐중·반미 집회를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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