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시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점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각 업체의 '풀필먼트' 역량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쿠팡이 10여년 이상에 거쳐 전국에 구축한 쿠팡풀필먼트센터(CFC)는 '로켓배송'이라는 서비스로 귀결, 소비자의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추격하고자 하는 신세계와 롯데의 각기 다른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쿠팡·신세계·롯데가 풀필먼트 강화를 위한 전략과 그 한계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CFC·로켓배송 전국 확대"...쿠팡, '풀필먼트 1인자' 굳히기 총력
(中) "검증된 실력자끼리 뭉쳤다"…신세계·CJ의 '전략적 동맹' 구축
(下) "시간 쏟아 새로운 正道 만든다"...롯데, '조용한 추격자'
【 청년일보 】 롯데는 보다 장기적인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영국의 리테일 기업 오카도(Ocado)와의 협업이다.
오카도는 물류 기술 전문기업으로, 주로 식료품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해 제품 수요 예측부터 선별, 포장, 배송, 출하의 전 과정을 자동화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오카도의 선진화된 물류 시스템과 롯데의 이커머스 노하우를 결합해 중장기적인 자체적 역량을 확보한다는 게 롯데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2023년 말부터 부산에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첫 자동화 고객풀필먼트센터(이하 CFC)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 전국 6개의 CFC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롯데는 작년 말 오카도 부산 CFC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내실도 다져가고 있다.
롯데는 이러한 준비를 통해 올해 중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질적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오는 4월 차세대 e그로서리 애플리케이션(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해 시범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부산 지역 외 수도권 지역에 CFC 2호점 착공을 위한 부지도 물색하고 있다.
롯데 측은 오카도가 제공하는 '스마트 플랫폼'이 쿠팡 등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이 적용된 CFC에서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로봇을 활용한 상품 피킹 및 패킹, 배송 노선 및 배차 최적화 등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이에 회사 측은 온라인 물류센터와 비교해 배송 처리량이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냉장·냉동으로 보관해야 하는 상품에는 100% 콜드체인 시스템이 적용돼 물류센터에 입고된 후부터 고객의 집에 배송될 때까지 상온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는 이와 같은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의 장점과 자사의 마트·슈퍼사업부의 인프라를 결합해 확실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로컬 소싱'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로컬 소싱을 확대하면 신선식품의 수확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가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고,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CFC의 콜드체인 인프라와 결합하면 상품은 최상의 품질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궁극적으로 쿠팡과 유사한 자체 물류 역량을 갖추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신세계와 달리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방법을 선택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보더라도, 결국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체적인 풀필먼트 역량이 '해답'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투자 규모가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측면도 있지만, 해답 자체는 교과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의 전략이 실제로 구현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양질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물류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롯데는 결국 '처음부터 길을 닦아나가겠다'라는 의중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쿠팡과 같이 100% 자체적인 역량으로 운영되는 CFC는 아닐지라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물류 역량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먄약 롯데의 비전이 실현된다면, 해당 사업의 실행 주체인 롯데마트는 물론 이커머스 등 연관 사업의 풀필먼트 역량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계획이 롯데가 의도한 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해당 사업에 대해 롯데가 얼마나 인내하고 실행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라며 "이와 함께 오카도 역시 롯데와의 협업이 자사에 수익적으로 타당한 지에 대해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평가하고, 추가적인 요구 사항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추가 CFC가 완공된다고 할지라도, 오카도가 장기간에 걸쳐 롯데에 더 큰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해도, 현재 수익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카도는 롯데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롯데 입장에서는 막상 거점을 지어놓고, 서비스도 시작했는데, 지속적으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가장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아직 사업의 시작 단계이기에 수수료 부담과 같은 우려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롯데마트와 슈퍼가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경쟁력과 오카도 시스템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 그로서리 사업'을 필두로 실질적인 시너지를 최대한 앞당길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