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치과의 반대방향을 향해 나아가다

2023년 9월 건물 임대 계약이 끝나 강남 한복판으로 치과가 이사를 가게 됐다. 강남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한 가지 걱정이 문득 생겼다.

수많은 의료기관들이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과 연간 억대 홍보 비용을 사용하며 경쟁을 하고 있어 강남 한복판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면 신환과 구환 관리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사 온 지 불과 2년 안에 별다른 외부 홍보 없이도 환자 수를 지키는 것과 매출이 소소하게 증가하게 됐다.

갑작스럽게 강남 한복판으로 이사하게 된 우리 치과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고 광고 하나 제대로 하지 않고도 기존 환자를 유지하고 신환을 유치할 수 있었는지를 풀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치과가 강남 한복판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의 본질’을 지키며 기존에 잘해오던 ‘계속구강관리’를 더욱 잘해나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023년 신년회에서 대표 원장님은 병원의 2030 비전과 그해 목표를 공유하며 이를 직원들과 함께 이루어 나가자고 독려했다.

그중 가장 강조된 부분은 병원 내 구강건강관리과의 신설이었다. 이미 2010년부터 병원에서 계속구강관리를 특화 진료로 진행해 왔으나 구강건강관리과를 신설함으로써 보다 더 전문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 환자의 구강 건강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예방적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문 인력들이 상주함으로써, 환자들은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은 환자에게 신뢰를 제공한다. 환자가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동안 치과의사와의 관계가 강화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환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는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적극적으로 진료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치료 효과도 극대화 할 수 있다. 계속구강관리를 통해 환자는 치료 후에도 꾸준히 관리받을 수 있다. 이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재치료로 진행되는 경우에도 선순환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 후의 지속적인 관리는 환자가 자신의 구강 건강을 더욱 잘 관리하도록 돕는다.

노인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구강기능에 대한 부분은 항상 연결되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구강관리를 받던 환자분들과의 관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분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월을 함께 경험하고 있으며, 60세에 처음 만나 80세, 90세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내가 그분들의 삶에 함께한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노화는 신체적 기능에 여러 변화를 가져오지만, 구강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논문에서 신체기능의 저하가 오기 전 구강기능저하가 우선한다는 것과 저작기능과의 관계를 보게 된다. 나도 어느 덧 50대 후반으로 나이가 훌쩍넘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환자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데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의 상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그래서 우리는 강남에서도 계속구강관리 프로그램을 강화시켜 나아가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와 관련해 원장님과 스탭이 함께하는 스터디도 꾸준히 진행했다. 우리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은 치과계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어르신 임플란트 급여화로 인한 노인 환자들의 증가와 대한민국의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코앞에 다가와 있어 치과계에 다양한 노인관련 강연과 노인구강관리 강연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었으며, 강화된 계속구강관리를 통해 환자의 구강 건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소통을 진행했다.

강남에 온 지 2년도 채 안 돼 치과는 안정화가 되고, 환자들은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게 됐다.

치과가 이사했음에도 강화된 계속구강관리 프로그램으로 환자들은 정기적인 관리와 전문적인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구강 건강이 잘 관리되고 있음을 느꼈으며 환자들이 치과를 재방문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돌봄통합지원법)」은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구강관리가 돌봄을 요구하는 곳뿐만 아니라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도 구강관리와 구강기능관리에 대해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관리는 환자에게 구강 건강에 대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는 환자에게 올바른 구강 관리 방법, 식습관 개선, 구강 위생의 중요성 등을 교육함으로써 환자가 스스로 구강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계속구강관리의 성공은 팀워크에 달려 있다.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모두가 협력해 환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기적인 교육과 스터디를 통해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살려야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팀워크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곧 치과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강남은, 아니 대한민국은 수많은 의료기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임플란트와 같은 고가의 치료 서비스에 대한 가격 덤핑이 만연하고, 이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오히려 ‘계속구강관리’는 차별성을 가지고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치과가 강남역에서 오히려 눈에 띈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차별성을 가지고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치과가 강남역에서 오히려 눈에 띈 게 아닌가 싶다.

2025년 올 한해에는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치과의원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