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산환경관리원 김지연 저탄소관리팀장] 2025년 7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부터 이어진 폭염과 폭우로 전국에서 가축 약 178만 마리(닭 148만 마리, 오리 15만 1천 마리, 메추리 15만 마리, 돼지 775마리, 소 864마리, 염소 223마리 등)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이번 여름 축산 농가들은 사전 대비를 할 틈도 없이 예기치 못한 기후 재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11배에 달하는 수치로, 축산 농가들이 준비하거나 대응할 여유조차 없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는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가축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사료 섭취량이 줄어 체중, 산유량, 번식률 등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생산성과 직결되는 지표로 축산 농가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 또한 피로 누적과 면역력 저하가 동반되어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고, 결국 대량 폐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폐사는 단순한 기상이변을 넘어, 축산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실과 해충·오염물질 발생 등 환경 문제까지 실질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집중호우까지 겹칠 경우, 축사 침수와 사육 환경의 악화로 인한 가축 생육 피해도 더욱 심각해진다. 폭염과 폭우라는 두 가지 재난이 동시에 닥치면, 농가들은 사실상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게 된다. 한편 무더위와 고습 환경이 계속되면 축사 내부는 세균과 해충이 급속히 번식하는 공간으로 변해 전염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위생·방역 관리에 드는 노력과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냉방 설비 설치, 해충 방제, 사료 조절 등 추가적인 지출까지 겹쳐 농가의 경영 부담이 가중된다. 또한, 사육 지연으로 인한 출하 감소는 궁극적으로 축산물 유통시장의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협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축산환경관리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축산환경관리원은 단순한 가축분뇨 적정처리 지원 및 교육 뿐 아니라, 축산분야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 시범사업(축산)을 통해 환경친화사료(저메탄사료, 질소저감사료) 급여, 분뇨처리방식 개선(기계교반, 강제송풍장치 이용) 등 다양한 온실가스 저감 활동을 현장에 지원·확산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차 및 고체연료 활용, 퇴비 품질·비점오염원 관리 등 여러 방면의 컨설팅과 지원을 통해 탄소 저감을 통한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저탄소 축산물 인증농가 사후관리 및 인증심사원 양성, 맞춤형 교육·컨설팅 등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축산농가도 자율적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항상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사료와 영양 관리, 축사의 통풍과 냉방, 위생·방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기후 데이터 기반 스마트 사양관리 기술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축산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준비 역시 필요하다. 2025년 여름 폭염과 폭우로 인한 폐사 가축 현황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온 기후 위기의 현실임을 강하게 경고한다. 이제는 단기적 복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 개혁과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현장을 지원하며, 국가적 목표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원활히 해낼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고 있다. 축산농가, 축산물 유통업체, 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협력한다면,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