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최근 몇 년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는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겨울에는 기습 한파와 폭설, 봄에는 냉해와 가뭄, 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호우, 가을에는 예년보다 잦은 태풍이 농업 현장을 덮친다. 이러한 기상 이변은 단기간에 농작물 생육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품종 선택과 재배 구조, 나아가 농촌 경제의 지속 가능성까지 흔들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후 대책’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 생산 대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과거에는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 지원을 통해 회복을 도모하는 방식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피해 자체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사전 대응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첫째, 기상 예측과 연계한 작목 선택 전략이 필요하다. 기상청과 농촌진흥청 등 전문 기관이 제공하는 계절·연간 기상 전망 자료를 토대로 지역별 기후 리스크를 사전에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작목과 품종을 권장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여름철 폭염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는 고온 내성이 강한 품종을, 집중호우 우려 지역에는 습해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품종별 기상 저항성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농가에 쉽게 제공하는 ‘기후 맞춤형 작목 추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재배 기술의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시설 재배의 경우 차광망, 냉·난방 장치, 자동 관수 시스템 등 환경 제어 장치를 도입해 이상 기후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노지 재배에서는 배수로 정비, 지중 관수, 멀칭 등 기본 재배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드론과 센서를 활용한 ‘스마트팜’ 기술은 기상 변화에 따른 생육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영양분·수분 공급을 자동 조절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재배 시기와 지역 분산 전략도 필요하다. 동일 작목이라도 파종과 수확 시기를 분산시키면 특정 시기에 발생하는 기후 피해를 회피할 수 있다. 또한 한 지역에 작목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피하고, 기후 조건이 다른 여러 지역에 분산 재배하면 지역별 피해 편차를 상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 단위의 연계에 의해 작목 조정과 농지 활용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넷째, 농업 보험과 위험 관리 제도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현재 운영 중인 농작물 재해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기후 리스크 기반 보험료 차등제 등을 도입해 농가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 특히 폭염·강풍·국지성 집중호우처럼 피해 발생 빈도는 높지만 보상 기준이 모호했던 기상 재해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종자 개발과 보급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외국 품종에 의존하는 한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후에 최적화된 토종·국산 품종의 기후 적응성을 높이는 육종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 신속한 종자 보급 체계를 갖추어 농민들이 기상 예보에 따라 유연하게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농민 교육과 정보 공유 플랫폼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와 이상 기후에 대응하는 농업 기술과 정보 기술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으나, 현장에 전달되는 속도는 더디다. 온라인 교육, 현장 컨설팅, 시범 포장 운영 등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재배법을 신속하게 보급해야 하며, 농가 간 정보 교류를 촉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상 기후 대비한 구심축이 있어야 한다. 전남농업기술원이나 전남도에 주무팀을 만들어 이상 기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 기후에 따른 피해 최소화와 시장 변동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다. 이상 기후에 따른 피해가 크다면 파종 후 30~40일 내 수확할 수 있는 채소를 선택하면, 시장 내 공급 부족을 보완하면서 가격 상승 시기에 맞춰 고가에 출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상 기후 구심축에서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이상 기후는 앞으로도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선제적 작목 생산 대책은 단순히 피해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전남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식량 안보를 지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이상 기후 신속한 대책은 피해를 줄이고, 올바른 대체 작목의 생산은 농가의 이익을 가져올수도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은 국가, 지자체, 연구기관, 농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며, 속도와 실행력이 관건이다. 지금의 대비가 10년 뒤 전남 농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다. 정보의 고도화와 스마트팜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재난은 예측 불가능하다”라는 말로는 변명이 되지 않는 시대이다. 이제는 기후를 예측하고 지역에서부터 미래를 준비하는 ‘전남 선제 농업’이 필요한 시기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폭우의 시대, 철저한 대비와 농업인의 안전을. 전남인터넷신문 칼럼(2025.8.4.)
허북구. 2025. 폭우 뒤 채소 수급 불안, 단기 재배로 대응. 전남인터넷신문 칼럼(2025.7.22.)
허북구. 2025. 폭염 대응 농업, 과거의 교훈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남인터넷신문 칼럼(2025.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