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금융산업 생태계 전반을 새롭게 재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단순 업무 효율화를 넘어 예금·신용카드·결제 비즈니스 모델과 인프라 등에서 AI 에이전트 중심 혁신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금융산업 핵심 영역인 예금, 신용카드, 결제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미 AI 에이전트가 기존 금융 산업을 재편할 뿐만 아니라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맥킨지는 AI 에이전트 '예금 최적화' 전략이 은행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에이전트 기반 예금은 AI 에이전트가 최적 금리를 비교·추천하고, 고객 자산 배분 자동화 전략을 실시한다. 고객이 한 은행에 오래 묶여있을 필요 없이, 수익률·결제 타이밍·사용자 설정 위험 한도를 기준으로 여러 은행과 금리 차이를 비교해 자금을 지속적으로 재배분하는 형식으로 이자 수익을 포착한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의 저비용 예금 기반은 약화하고, 순이자마진(NII)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과 중국에서는 에이전트 중심 예금 거래 이동이 활발하다.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으로 꼽히는 중국 위어바오는 2013년 출시 이후 4년 만에 2680억달러를 유치했고, 유럽 예금이동 플랫폼 '레이즌(Raisin)'은 250개 이상 은행 고수익 저축 계좌에 800억달러 예금 유치하며 '예금 수익 최적화' 수요를 증명했다.
신용카드 시장 역시 AI 기반으로 재편되며 신용카드사 브랜드 충성도가 약화될 전망이다. 카드사가 아닌 AI 추천을 따라 카드 사용을 결정하고, 개인 맞춤형 결제수단·리워드 최적화 설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 스웨덴 AI 핀테크 '클라나'는 '머니스토리'라는 서비스로 소비 데이터 분석해 다음 달 지출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신용카드 한도를 조정한다. 영국 핀테크 '커브'는 결제 습관에 맞춰 포인트, 마일리지, 할인 혜택 등에 최적화해 AI가 자동으로 사용자가 가진 카드 중 가장 혜택 좋은 카드로 결제를 진행한다.
AI 에이전트는 결제 시장 판도도 변화시키고 있다. AI가 자동으로 최적 결제망 선택해 소비자는 결제 과정 인식이 줄고, 투명하고 즉각적인 결제 경험이 확산하는 추세다. 가령, 유럽에서는 계좌간이체(A2A) 방식이 퍼지는 중이다. 신용카드 결제 시, AI가 현금 결제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계좌간 송금, 즉 A2A 방식으로 전환한다. 카드 수수료, 송금 수수료, 혜택 등을 판단해 최적화된 결제 수단으로 변경하면서 소비자 개입 없이도 결제 수단이 바뀌는 상황이다.
맥킨지는 “AI 에이전트는 고객과 금융기관 사이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기존 금융사의 역할 축소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시장은 단순히 디지털화가 아닌 에이전트 중심 생태계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상품·인프라·유통 방식 모두를 AI 에이전트 친화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은 AI 에이전트가 추천하기 좋은 구조로 설계하고, 인프라 측면에서는 API·데이터 공유 강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카드사·은행 등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와 협업하거나 대체 관계를 설정하며 시장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AI 에이전트 기반 재설계에 실패하면 금융기관이 단순한 대차대조표 유틸리티로 전락할 수 있다”며 “에이전트를 의사결정 계층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에서 기업은 새로운 수익 모델과 고객 접점을 선점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